미국 전자상품거래소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측에 99억달러(약 9조3,6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CBOT 측이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어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ICE가 CBOT에 전날 종가에 13%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187.34달러, 총 99억달러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해 10월 CBOT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측이 제시한 89억달러 보다 10억달러나 많은 것이다. 제프 스프레처 ICE 최고경영자(CEO)는 "CBOT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CME가 제시한 인수 가격은 너무 낮다"고 말했다.
ICE의 인수 제안으로 CBOT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17% 급등한 주당 194.9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CBOT 인수에 걸림돌이 생긴 CME 주가는 전일 대비 5.5% 하락한 주당 532.88달러에 거래됐다.
전세계 원유 선물거래의 45%를 담당하는 ICE가 CBOT 인수에 성공할 경우 오렌지 주스ㆍ커피 등 농산물, 금과 금리 선물 등의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의 CEO직은 ICE의 수장인 제프 스프레처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ICE는 지난 2001년 유럽연합(EU)의 최대 원유 선물거래소인 국제석유거래소(IPE)를 인수하면서 거래소 합병 열풍을 주도한 바 있다.
한편 CME는 오는 4월까지 CBOT 인수를 마무리 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감독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한 상태다. CME의 크레이그 도나휴 CEO는 "CBOT의 주주들과 고객들은 여전히 CME와의 합병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인수 가격을 올릴 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