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별 인터뷰]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19대 국회, FTA 효과 커지게 기업 사기 북돋워야"

[한미 FTA 발효 한달]



국가경제 위한 일, 정치적 판단 안돼… 총선 결과 통해 국민들 경고 메시지
유럽 경기침체로 시장 확대 어려움… 한국 WTO보다 FTA 선택 불가피…
中과도 필요하지만 전략적 접근을
무역 2조달러 시대로 진입 위해선 엔지니어 확보등 기술력 가장 중요


"새로 구성되는 국회는 기업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커질 수 있도록 돕고 그 밖의 다른 나라들과의 FTA가 잘 되도록 뒷받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과거 무역 100억~150억달러 달성은 정부의 드라이브로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운을 뗀 뒤 "무역 1조달러에서 2조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ㆍ사회 각 부문들이 모두 잘 돌아가야 하는데 국회는 특히 한국의 경제영토를 확장시키고 기업들이 기운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19대 국회에 대해 이같이 당부했다.

4ㆍ11 총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0층에 위치한 무협회장 집무실에서 자리를 마주한 한 회장은 선거 결과에 흡족한 듯 웃는 얼굴이었지만 밤잠을 설쳤는지 기색이 다소 초췌했다. "총선 결과가 궁금해 전날 밤 11시에 잠들었는데 궁금해 견딜 수 있어야죠. 새벽 1시, 3시에 거듭해 잠에서 깨 아이패드로 그 결과를 살피느라 조금 피곤하네요." 한 회장의 이 말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총선 얘기로 옮아갔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내기도 했던 한 회장은 "국민들이 참 무서운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민들이 이번 총선 결과를 통해 국회에 경고와 동시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당에는 전체적인 안정을 위해 과반 의석을 주면서도 계속 노력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고 야당에는 합리적인 대안과 비판을 제시해달라는 뜻을 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이번 총선의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극단적인 정책은 조심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이번 총선 결과에 담겨 있다고 그는 해석했다.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지만 그 해결은 민주적 프로세스를 거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협상하며 발전을 추구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FTA 전도사'로도 잘 알려진 그에게 선거 결과가 야당에서 주장했던 한미 FTA 폐기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들었다. "무엇이 팩트인지, 또 정책으로 옳은 얘기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나라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면 국민들이 불행해질 것입니다. 선거 전에는 한미 FTA가 첨예한 쟁점이 됐지만 막상 선거 운동 기간에는 표를 결정하는 이슈로 던져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미 FTA를 비준할 당시 정치인들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는데요. 국민들 역시 팩트에 기반해 국가경제를 위해 생각해야 할 일을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회장은 우리 경제를 체온계에 비유하며 새 국회에 바라는 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무역 1조달러에서 2조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만 간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고 시장에는 이율이 낮은 양질의 자금이 공급돼야 합니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투자도 해야 하고 우리도 밖으로 나가야겠죠. 이런 모든 게 잘돼야 그 현상들의 체온계인 우리 경제가 무역 2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지금도 우리나라 성장의 68%는 수출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1조달러지만 전세계는 61조달러죠. 내수를 촉진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FTA가 잘되도록 국회가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2월부터 무협을 이끌어온 그 역시 두 달여간 한국의 경제 영토를 확대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시장을 확대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인데 지금 단계에서는 여기에 WTO보다 FTA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러려면 국민들의 오해가 없어야 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지난 두 달간 22번의 인터뷰와 10번의 강의를 했다"고 회고했다. 이 모든 게 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에 기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회장은 한중 FTA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하고도 FTA를 해야죠.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관세는 높습니다. 비관세 장벽도 높기 때문에 한중 FTA는 절실합니다."

다만 그는 한중 FTA에 대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임금이 낮아서 농업과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습니다. 이런 점에 대한 깊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우리 농민과 중소 제조업자들의 우려와 충격이 작아지도록 협상을 해야 우리가 진정한 FTA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월 적자 이후 2월ㆍ3월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해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한 회장은 그리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우리 전망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수출과 수입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ㆍ유럽 등과 FTA도 이행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그 분위기를 북돋워주기만 한다면 현 단계에서 우리는 불황형 흑자 등의 무역구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지난해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우리나라가 무역 2조달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체, 협회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엔지니어가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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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우리가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값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국민과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존경심이 있어야 한다"며 "무협은 이를 위해 우리의 비전와 국가 브랜드를 해외에 적극 알림과 동시에 삼성동 COEX가 경제ㆍ교육ㆍ문화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덕수의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반월공단 등 4개 공장 방문

"업체 애로사항 신속히 해결"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얘깁니다. 이건 제 생활신조와도 같습니다."

지난 2월22일 취임한 바로 이틀 뒤 반월공단을 시작으로 이미 4곳의 공장을 방문한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인터뷰 도중 수시로 '우문현답'을 강조했다. 한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거기서 들은 업체들의 애로사항에는 최대한 빨리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30건 이상 파악이 됐는데 20개 정도는 이미 업체에 처리 과정을 통보했고 10개는 해결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에서 파악한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중소기업은 인력 문제가 심각합니다. 주문을 받았는데 생산할 사람이 없고 또 해외에 제품을 내다팔아야 하는데 어학을 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게 다 사람과 연관 있는 문제인 거죠. 이를 해결하려면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할 텐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무협이 그때그때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에 대안을 던질까 합니다. 무협이 기업경쟁력실을 새로 만든 것 역시 이 문제 해결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현장에 가서 느낀 점들을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들이 정말 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주저 없이 답했다. "기업하시는 분들은 정말 애국자입니다. 사업의 수준도 보통을 넘고 옛날과 비교가 안 됩니다. 어려운 분야도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충북 대천에 있는 김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걷어온 김을 마이너스 15 냉장상태로 둬 가공을 하는데 30~40년 전 같으면 김 공장에 그런 냉장 기술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그만큼 한국 경제의 서플라이 체인이 발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기업들이 프라이드를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회장은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기업의 속성은 비슷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권고하고 엄정하게 다루는 것은 맞지만 공개적으로 기업을 비판하는 것은 언페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회장과 함께 근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한다. 관료 시절 매일 새벽5시에 일어나고 저녁식사 후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부하직원들로부터 '일이 취미인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자기 관리도 철저해 최근에도 최고경영자(CEO) 조찬회부터 지방 방문까지 하루 3~4개의 일정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한 회장은 또 소문난 학구파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옛 상공부 과장재직 시절에는 1년여 휴직기간 동안 미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매일 영문 저널 등을 정독하면서 주요 표현을 익히고 작은 수첩에 어려운 단어나 숙어를 빽빽이 적어 틈만 나면 외우는 식으로 끊임없이 노력한다. 덕분에 크고 작은 공식 석상에서 간단한 메모만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이나 브리핑을 능숙하게 해낸다.

한 회장의 화려한 경력을 아는 사람은 소탈하고 인간적인 그의 성품에 더 놀란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애고 입주사들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주미대사 시절에는 9ㆍ11평화콘서트에서 참석해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약력

▦1949년 전북 전주 ▦1971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0년 제8회 행정고시 합격 ▦1984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93년 대통령비서실 통상산업비서관 ▦1994년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1996년 특허청장 ▦1997년 통상산업부 차관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2001년 주 OECD 대사 ▦2001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2005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7년 국무총리 ▦2009년 주 미국대사 ▦2012년~ 제28대 한국무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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