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 보수인사의 헌신적 대북 지원


"4·3사건은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인데 다만 억울한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 민주화운동처럼 하면 안되잖아요."


최근 대북 감귤지원과 제주~북한 크루즈여행 등를 제안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강영석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 이사장은 4·3을 이같이 평했다. 철저히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4·3 추념일 국가기념일 지정, 노무현정부의 특별법에 의한 진실규명과 대통령 사과, 세계평화의 섬 선포 등 4·3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와도 다른 시각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처럼 보수적 시각을 가진 인사가 지난 1998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 감귤 4만8,328톤과 당근 1만8,100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역설한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비타민 C'외교의 주역으로 제주도민 방북단 인솔 등으로 북한을 다섯 번 다녀왔다. 강 이사장은 "고생하는 북한주민을 보고 동정심이 절로 들고 용돈이나 옷도 벗어주고 심지어 먹던 음식도 게워주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순수한 북한 주민들이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알고 동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당국자 간에는 10개를 주면 1개라도 얻어내는 상호주의가 필요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만큼은 별개로 해야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비용을 감축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 출신인 강지용 제주대 교수도 "대북 감귤지원은 감귤값 안정에도 기여한다"며 남북 '윈윈(Win-Win)' 방안을 설명했다.

이처럼 중요한 것은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남과 북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에 있다. 그것은 바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북 쌀 지원은 굶주린 북한 주민에게 통일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쌀 값 안정을 통해 우리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매년 수천억원의 정부미 보관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개성공단을 확충하고 제2의 개성공단을 북한 곳곳에 짓는다면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력,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결합돼 시너지를 내며 저성장 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자연스레 북한 인권 개선이나 북핵위기 축소, 국방비 절감, 철도연결, 국제사회에서 발언권 확대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드레스덴 선언'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거창한 화두도 좋지만 감귤 하나라도 더 보내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 아닐까. /고광본 정치부 기자 kbg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