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최근 올해의 국내 부동산시장을 정리하는 ‘키워드로 본 2008년 부동산’ 시리즈를 진행했다. 총 7회에 걸쳐 게재된 시리즈의 공통분모를 뽑아보면 올해 부동산시장을 지배한 핵심 키워드는 ‘U(Uncertaintyㆍ불확실성)의 공포’가 아닐까 싶다.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수년 만에 다시 찾아온 부동산시장의 불황 속에서 공급자도, 수요자도 팔 때와 살 때 정상적인 가격을 파악하지 못해 혼란만 거듭했다. ‘불확실성’이 가져온 대표적인 현상이 거래 실종. 최근 발표된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 2006년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자체가 불확실해졌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져온 주범으로 정부를 빼놓을 수는 없다. 정부는 올 들어 무려 11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반응을 보인 정책이 거의 없었다. 규제완화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언제 어디까지 쏟아져 나올지 모르는 규제완화가 오히려 시장에 불확실성만 가져다주는 반시장적 정책이 되고 말았다.
엇박자를 거듭한 규제완화가 시행되는 사이 곳곳에서는 성급한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났다.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의 경우 뒤죽박죽 규제완화가 되면서 같은 신도시 안에서도 청약자격이 다른 신도시, 전매제한 기간이 다른 신도시들이 생겨났다. 도심 공급을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며 꺼내든 도심 용적률 완화 정책도 서울시와 협의 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밖에 대주단 등 정부가 하반기부터 실시한 건설업계 지원책 역시 ‘살리겠다는 것인지 죽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건설업계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2008년의 끝 자락이 보이는 지금, 정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 규제라 할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정책을 놓고도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건설업계는 내년도 공급계획도 아예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례없는 세계 경기침체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지금 시장은 정부에 불 꺼진 아파트를 당장 살려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