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해 추진해온 이슬람채권(스쿠크)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반발해온 기독교계가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대에 나서고 있는데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 의혹을 캐겠다고 벼르고 있는 야당은 조세소위원회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6일 "지난해 정기국회 때만 해도 반대하는 일부 의원만 잘 설득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갈수록 의원들은 물론 종교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노력은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이슬람채권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될 때만 해도 정부는 물론 국회 내에서도 "외자 도입을 위한 경제법안인데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종교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정이 꼬인 것은 갈수록 커지는 종교계의 반발 때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기독교단체들은 "이슬람 테러집단에서 오는 자금인지도 모르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의원은 "올해 초 지역구에 있는 대형 교회로부터 이슬람채권 법안에 반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법안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에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반발에 막혔다. UAE 원전수주에 따른 금융지원이 논란이 되는 와중에 이슬람채권 법안이 UAE 원전자금 도입을 위한 자금이 아니냐는 것이 야당의 공격 논리다.
국회 재정위 민주당 간사인 이용섭 의원은 이날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독특한 금융방식에 대한 비과세가 국가 안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슬람 채권 비과세 문제를 재정위 조세소위로 넘겨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종교논쟁에 난감해 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계 간 갈등이 커지고 각 종교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한쪽을 잘못 설득할 경우 정부 전체에 대한 반발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을 이끌고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이슬람채권 발행을 통한 오일머니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뜻하지 않은 종교갈등에 중동 자금 유치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