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미리 판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해 차익을 챙기는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 주가 하락이 점쳐지는 종목은 공매도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가 연일 자금몰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업종별로 이익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롱쇼트전략을 구사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 대기 물량인 대차잔액이 높은 종목은 주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의 누적 공매도 금액은 2조4,18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대금 47조6,540억원의 5.08%에 해당하는 수치다. 공매도 비중은 지난 2012년 8월 2.55%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늘어 지난달부터 5%대로 올라섰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경기지표 하락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1,910포인트까지 밀려났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최고 2,200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하락보다는 상승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비중은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공매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롱쇼트펀드의 몸집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과 '마이다스거북이90' '삼성알파코리아롱숏' 등 국내 롱쇼트펀드들로 총 1조4,268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올 들어서도 매달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롱쇼트펀드의 설정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롱쇼트펀드가 전성기를 맞이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방향성이 없는 가운데 업종에 따라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 추정치 간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특히 거래대금이 급감한 상황에서 공모형 롱쇼트펀드뿐만 아니라 5조원 내외의 규모로 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까지 롱쇼트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공매도 전략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대차잔액이 큰 종목이 공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원은 "주식을 대차한다고 해서 전량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차잔액과 공매도 간 상관도는 매우 높다"며 "대차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 일단 주가 하락을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GS건설의 대차잔액은 1,732만주로 전체 주식 수의 33.97%에 달한다. 이 밖에 삼성엔지니어링(33.3%)과 LG이노텍(30.1%), NHN엔터테인먼트(25.08%)도 전체 주식 수 대비 대차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