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경기회복 가시화로 '달러-주식-유가 상관관계' 부활

달러가치 흐름 예측으로 주식·상품 투자 해법 찾아야<br>"美 금리인상등 출구전략땐 시장 불확실성 높아질수도"




국제금융시장은 일정한 공식이 있다. 시장이 안정될수록 시장을 움직이는 전통적인 공식은 정형화하고 반대로 경제가 불안하면 시장을 지배해온 공식은 흔들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고 경기회복이 가시화하자 달러ㆍ주식ㆍ국제유가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부활하고 있다. 금융 위기 때 상관관계가 약했던 국제 유가와 뉴욕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상품 시장이 오르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의 방향성만 예측할 수 있다면 주식과 상품 투자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달러가치 변동이 시장흐름을 좌우= 월가에서는 국제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가 달러가치의 변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달러 변화에 따라 주가와 국제 유가ㆍ금값 등이 차례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금리와 양적 완화정책 등으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은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를 촉발시키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이 시장의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고수익 고위험 투자 성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값싸게 빌린 통화 가치는 유동성 증가로 하락한다. 이에 따라 달러를 빌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과 상품에 배팅하면서 뉴욕 증시와 원자재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금융위기 이전 캐리 트레이드의 대명사인 엔화가 달러로 대체됐을 뿐 상황은 다를 바 없다. 금융위기가 정점에 치닫던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봄까지는 위험투자 성향은 실종됐다. 미국 재무부채권 수요가 몰리면서 단기 국채 금리는 제로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자 엔화를 대체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활개를 치면서 외환-주식-상품시장의 상관관계가 다시 정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활한 시장의 공식= 금융시장 안정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국제 유가와 뉴욕 증시의 동조화 경향이 부활한 데 있다. 국제유가는 오래 동안 뉴욕증시와 동조 현상을 보여왔다. 경기가 좋아지면 석유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와중에 이런 공식은 깨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월가 트레이더들은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 에너지 시장에 매수 포지션을 걸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하면서 투자 리스크를 줄여왔다. 시장 불안기에는 증시-상품간의 디커플링(역 동조화) 현상이 생긴 것이다. 2008년 유가가 폭등할 때 뉴욕 증시는 바닥 모를 추락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상승이 상품 관련 주가의 급등을 이끌었다. 특히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되면서 뉴욕 증시의 랠리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77% 상승했고 뉴욕증시는 3월 저점 이후 60% 급등했다. 밀러타벅의 피터 부크바 전략가는 "경기침체기엔 주가와 유가의 상관관계가 약해지지만 회복기엔 두 시장간의 동조화 경향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의 역 동조화 경향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로 인해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을 회피하기 위해 석유와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유가의 결제화폐가 달러여서 달러의 약세는 유가 상승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달러인덱스(DIX)는 지난해 15% 하락했다. 뉴욕 증시와 달러가치의 상관 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이론적으로 두 시장이 동조화 경향을 보여야 하지만 ▦미국의 재정ㆍ무역적자 ▦캐리 트레이드 ▦다른 국가 경기와의 상대성 등의 변수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내림세의 달러가치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나쁜 유럽과 일본의 경기상황에다 두바이 쇼크의 여진이 겹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달러 가치와 뉴욕 증시는 지난해 11월까지 역동조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주가와 달러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동조화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웰스파고 외환전략가는 "증시가 향후 추가 상승한다 해도 달러화 투자에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관적 경기전망으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도 "달러와 주가의 역상관 관계가 깨지고 있다"며 "달러가치는 단기적으로 5~10% 오르고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출구전략의 불확실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은 달러가치는 물론 금융시장을 흐름을 일거에 바꿀 수 있다. 올 봄 긴급유동성 공급장치가 모두 중단되면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 보다는 트레이더들이 한발 빨리 움직인다. 이와 관련 지난달 연방금리선물시장에서는 오는 6월까지 기준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50~60%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다. 대체로 올해 3ㆍ4분기에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긴 하나 늦게는 2011년 말, 이르면 올 봄에 단행할 것이라는 극단적 분석도 있다. 월가에서는 벤 버냉키 의장조차도 금리인상 시기를 모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경기와 물가 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데이비드 비안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수석투자전략가는 "올해 FR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장은 6개월 전부터 금리인상 재료를 반영한다"며 "금리인상 여부와 시점은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에 최대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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