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점거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특별교섭단을 구성, 사측과 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점거농성은 유지하기로 한데다 사측도 점거농성 해제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3자 협의 분위기에도 불구,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이상수 지회장은 28일 오후 점거파업중인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현대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와 금속노조 3자 노조대표가 가진 회의에서 3자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특별교섭단을 꾸려 사측과 대화에 나서기로 결정다"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앞으로 사측과 만나면 점거파업 농성자 500여명에 대한 고용보장,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대책, 고소고발ㆍ손배소 철회 등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회장은 그러나 "현재 비정규직 노조 내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 공장 점거파업은 유지하면서 대화를 벌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차 비정규직 노조가 이 처럼 점거파업과 대화를 병행하기로 한 것은 끝까지 정규직화를 사수하자는 노조내 강경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데다 파업을 중단하면 어차피 고용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노조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현대차 사측은 불법적인 공장점거파업을 중단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 확인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불법 점거파업을 풀지 않은 채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번 사태를 장기화로 몰고 가겠다는 점을 나타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올해를 넘겨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와 사측이 사실상 상호 강경 대응방침이 확인된 가운데 이경훈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사 모두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지부장은 이날 노보를 통해 "이번 사태가 조속하고 원만하게 끝나지 않으면 노사관계를 떠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으로 이번 투쟁이 패배할 수 밖에 없다"며"최우선 해결과제와 중장기적인 투쟁의 승리를 위해 아름다운 연대를 목표로 하자"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태가 길어지면 일도 못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함께 고용불안을 느낄 수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 간의 갈등이 서서히 증폭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지부장은 "회사가 긍정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한다면 비정규직 노조도 투쟁 전술의 변화를 줘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며 "갈등과 고립이 아닌 단결과 승리를 위해 투쟁전선을 재정비하는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