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월 15일] 기부문화의 새 장 연 류근철 박사

많은 국민들이 지난 13일 하루를 큰 감동과 행복감을 느끼며 보냈을 게 틀림없다.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획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교수인 류근철 박사의 거액 기부 소식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한의학박사인 그는 그동안 한의원을 운영해 모은 578억원 상당의 사재를 KAIST에 기부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제외한 전재산으로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그는 평생 소원인 ‘대한민국의 과학입국’ 달성에 일조하기 위해서라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액수도 액수려니와 기부 이유와 목적이 과학기술 발전에의 기여라는 점에서도 류 박사의 기부는 의미가 작지않다. 과학기술 수준은 그 나라 국력의 척도다. 미래의 지속적 성장과 선진국 진입이 과학기술 발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 박사의 기부는 KAIST가 과학영재들을 더 많이 배출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해 우리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데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류 박사는 국가의 미래에 기부한 셈이다. 이번 기부는 대학의 혁신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준다. 류 박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기부의사를 굳히고 대상 학교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KAIST와 개인적 인연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모교 등을 놓아두고 KAIST에 기부하기로 한 것은 KAIST의 혁신 노력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류 박사는 “서남표 총장과 만나 대학발전 비전을 들은 데 이어 젊은 청년들이 밤잠을 설치고 햄버거를 먹어가며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KAIST는 서 총장이 취임하면서 연구실적이 미흡한 교수를 퇴출시키고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받는 등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총장 취임 이후 이 대학의 기부금은 700억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대학 재정과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외부의 거액기부가 거저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류 박사의 기부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대학의 혁신 노력과 우리 사회 전반의 기부문화 확산에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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