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 재난안전통신망에 갖춰져 있었다면 일사불란한 사후대처가 가능했을 것이고 주민들의 대피도 조금 더 빨랐을 겁니다."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재난안전통신망'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국가적인 비상사태나 자연재해시 이동통신 기지국이 파괴되더라도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900MHz 주파수를 활용해 전국적이고도 신속한 교신이 가능하다. 최근 기술이 발전한 덕에 메시지 전송과 영상통화ㆍ영상전송ㆍ위치추적까지 가능하지만 주요20개국(G20) 중 우리나라만 구축계획도 없이 8년째 '논의 중'인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부터다. 자연재해나 국가안보 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통신망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이 추진됐다. 모토로라의 '테트라' 와 KT파워텔의 '아이덴' 등 여러 기술방식이 검토된 가운데 테트라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감사원에서 모토로라의 독점을 문제삼고 예산확보가 늦춰지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우리나라 원천기술인 와이브로까지 경합하면서 지난 3월에는 행정안전부와 국방부ㆍ방송통신위원회ㆍ지식경제부ㆍ경찰청 등 8대 기관이 재난안전통신 방식 선정을 오는 2011년 말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 기술방식이 선정되더라도 실제로 구축이 완료되는 것은 2013년부터다. 이는 2013년까지 재난에 대비하는 국가기관들이 일관된 비상통신망이 부재한 채로 각종 대형 사건사고에 늑장대응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전국적인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되기 전까지 낭비되는 비용과 혼란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2007년 수도권과 전국 5대 광역시 경찰은 테트라 기반의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해 현재도 운용하고 있다.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테트라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될 것으로 보고 시범적으로 도입한 사례다. 하지만 경남경찰청은 아날로그 주파수공용통신을 쓰고 있어 창원에 대형사고가 발생해 부산 경찰이 창원으로 파견되더라도 직접 무전에 대고 교신할 수 없다. 중간에 관제소를 거쳐 한발 느린 통신이 이뤄지는 것.
이와 관련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되면 비상시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왜 구축이 지지부진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도 "재난안전통신망이 갖춰져 있었다면 이번 연평도 포격사태 때도 경찰과 군부대의 후속대처가 보다 빨랐을 것"이라며 "연평도 주민들의 대피도 원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행안부는 재난안전통신망을 조금이라도 앞당겨 구축하기 위해 1억2,000만원을 들여 재난대응표준절차(SOP)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OP는 재난상황에서의 효율적인 대처와 관련기관 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재난안전통신망 기술표준에 대한 연구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