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1년 퇴직연금 의무 도입을 앞두고 금융권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대기업들이 계열 금융사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과 일부 보험·증권사들은 국내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열사 밀어주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 등에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곳은 대기업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지 않는 은행권과 중소 보험ㆍ증권사들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한 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는 적립금을 여러 운용사에 분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에 적립금을 몰아주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감독당국 등에 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다른 금융사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그룹은 지금까지 13개 계열사의 퇴직연금사업자로 계열 보험사를 선정했으며 B그룹은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에 나눠 들었던 퇴직보험을 연내에 정리해 그룹 내 증권사에 관리를 맡길 예정이다. 또 CㆍDㆍE그룹 소속 대부분의 계열사들도 오너가와 관련 있는 보험사에 퇴직연금을 맡겼거나 맡길 계획이다. 이들 금융사들은 특히 대기업이 퇴직연금사업자 풀을 구성하면서 공공연히 일부 사업자를 배제하거나 해당 금융계열사의 퇴직연금 상품을 사업자들에 포함시켜 운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익률과 부가서비스 등에서 다른 금융사에 비해 강점을 갖지 못하면서도 국내 대기업들이 보수 비용과 수수료 등을 금융계열사로 재흡수하기 위해 금융계열사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있어 사실상 계열사를 밀어주는 불공정행위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 관계자는 "최근 한 대기업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은행을 아예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서비스와 수익률 등에서 열세인 금융계열사를 선정했다"며 "이 기업은 계열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퇴직연금펀드를 반드시 운용상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사업자들에게 강요해 참여자들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들이 대기업 퇴직연금 사업자 입찰과정에서 탈락하면서 불만을 털어놓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 대기업이 금융계열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며 "다만 선정 과정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