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년 1월 취임하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첫해에 경제와 관련해 내릴 가장 중요한 결정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 선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1월31일까지다. 그는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06년 2월 취임했고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다시 지명을 받았다. 4년 임기의 FRB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절차지연에 따른 공백을 막으려면 적어도 9월 초에는 후임자가 정해져야 한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버냉키 의장의 교체는 거의 확실하다. 롬니 후보는 FRB의 부양정책을 비판하며 버냉키 의장을 가능한 한 빨리 자신과 뜻이 맞는 인사로 교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버냉키 의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차기 FRB 의장 물망에 오를 수 있는 인사들을 소개했다. WP는 FRB 의장을 고르는 일은 뛰어난 경제학자ㆍ외교관ㆍ정치가ㆍ시장규제자(regulator)의 덕목을 두루 갖춘 인물을 찾는 것인 만큼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WP는 오바마의 재선을 전제로 버냉키 의장의 재선임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탠퍼드와 프린스턴대에서 교수를 지낸 버냉키 의장은 학자로 돌아가기를 열망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옵션이라는 것이다.
버냉키가 물러날 경우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르는 후보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서머스는 뛰어난 경제학자인데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내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하지만 그는 너무 똑똑한 나머지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결점이 있으며 상원 인준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현 FRB 부의장인 재닛 옐런 역시 버냉키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옐런 부의장은 FRB 이사를 거쳐 6년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로 활동해 FRB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지명할 경우에도 상원 인준이 험난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앨런 그린스퍼 전 FRB 의장 시절 7년 동안 부의장을 지낸 로저 퍼거슨도 물망에 올랐다. 금융서비스 업체인 TIAA-CREF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FRB에서 나온 후 금융 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리스크 관리라는 FRB의 더욱 넓어진 역할에 적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금융규제 완화를 주도했던 그린스펀 체제에서 일하며 금융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간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내년 1월 재무장관에서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는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는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만 1년 정도 휴식을 취하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이밖에 빌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 도널드 콘 전 FRB 부의장, 대니얼 태룰로 FRB 이사 등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FRB 의장 후보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