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주류 매장 내 행사장. 한 여성 고객이 6개입 1상자로 구성된 국산 캔맥주 상품을 해제하더니 캔맥주 2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른 고객들도 박스에서 1~2개씩 낱개로 맥주를 카드에 담았다. 직장인 최 모씨는 “맥주를 좋아하는데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면서 “묶음 상품으로 구매할 때랑 같은 가격에 낱개로 파니까 먹을 만큼만 구입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 6월 캔맥주를 낱개로 판매하는 것을 중단했다가 올여름 성수기를 맞아 3년만에 맥주 낱개 판매를 재개했다. 맥주시장에서 소비자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맥주 시장이 가정용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여러 차수를 돌며 폭음을 하던 회식 문화가 바뀌고 캠핑 등 가족 레저 시장이 커지면서 가정용 맥주 판매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맥주업체의 홍보마케팅도 소비자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맥주 시장에서 가정용 비중은 50.4%로 유흥용 비중(49.6%)보다 더 높았다. 지난해 가정용이 50.3%의 비중으로 유흥용(49.7%)을 처음으로 앞지른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정용 맥주가 유흥용보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최근 들어 웰빙 라이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음주문화가 크게 바뀐 것이 주원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장에서 차수를 변경하며 폭음하던 술 문화가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볍게 1차에서 끝내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면서 “직장 회식 빈도는 줄어드는 대신 주말이나 퇴근 후 집에서 가족과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주 문화가 바뀜에 따라 국내 맥주업계는 앞으로 가정용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개인 소비자 공략에 한층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가족단위 캠핑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최근 맥주 브랜드 ‘d’로 5ℓ들이 ‘점보캔’제품을 출시했다. 점보캔은 휴대용 전용 용기에 밀폐형 CO2 시스템을 갖춰 맥주 전문점을 가지 않아도 가정이나 야외에서 신선한 맥주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항니트진로는 또 홈플러스와 공동으로 다문화가정돕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유통업체와의 관계도 돈독히 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제품 로고나 패키지 리뉴얼을 통해 소비자 취향에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오비맥주는 국내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는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산토리 등 프리미엄 수입맥주를 홍보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오픈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입맥주 브랜드들은 소비자와의 접점인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할인 이벤트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