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경제운용 주체 시장인가 정부인가

한국ㆍ남미 '정부 주도형' 다시 시험대<br>한국 성장ㆍ분배 논쟁, 남미선 좌파정권 잇단 등장<br>세계 곳곳서 실패한 실험 전철 되풀이 막으려면<br>'시장의 룰' 지키면서 정부개입 한계 명확히 해야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경제운용 주체 시장인가 정부인가 한국ㆍ남미 '정부 주도형' 다시 시험대한국 성장ㆍ분배 논쟁, 남미선 좌파정권 잇단 등장세계 곳곳서 실패한 실험 전철 되풀이 막으려면'시장의 룰' 지키면서 정부개입 한계 명확히 해야 시장인가 정부인가. 월드이코노미 시대, 여전히 냉전적 논쟁에 휩싸인 나라들이 있다. 경제의 성장 對 분배론. 좌우 이념 대립으로 번지는 거대담론의 수면 밑에 깔린 건 경제 운용의 주도권 다툼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시장-정부간 파워게임, 그 동역학(力學)이 궁금해진다. 남미가 다시 들썩거린다. 지난 주 좌파 정권이 또 들어섰다. 우루과이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칠레 브라질 에콰도르 아르헨티나까지 모조리 좌파출신 지도자로 채워졌다. 남미인들의 선택이 정부주도 경제 체제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90대 이후 경제 파국의 원인이 미국이 끄는 신자유주의, 시장주도형 경제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정부 확대 경제 체제를 꾀하는 나라는 남미, 그리고 북한을 빼면 아시아에선 단연 한국이다. 시장주도냐 정부주도냐, 어느쪽이 경제 체제의 선(善)이 될 수 있는 가가 글로벌 시대 몇몇 국가들에서 위험스레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시장 對 정부, 순환의 파워게임= “20세기 세계 경제를 거시적으로 보면 정부형태면에서 큰 주기가 있다. 세기초 몸집 작은 정부에서 중간에 규제형 정부, 세기말엔 다시 작은 정부형태로 순환됐다.” 퓰리처상 수상자 대니얼 예르긴이 그의 저서 ‘더 커맨딩 하이츠’(The Commanding Heights)에서 내린 진단이다. 시장에서 정부로 다시 시장으로, 경제 운용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20세기 초 자유방임적 시장 경제체제는 수급 불균형의 극대화로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을 거치며 급격히 쇠락했다. 그 치료책으로 등장한 경제 사조가 J.M.케인스의 통제식 수정 자본주의다. 유효수효론으로 정부 개입을 주창한 케인스식 처방은 경제 정책의 불문율이 돼 각국 정부들은 앞 다퉈 70년대까지 약 40년간 정부부문을 팽창시켰다. 그러나 그 결과 행정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정부의 무모한 재정확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낳았다. 패전국 독일의 경우 연합국의 통제식 경제체제에서 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급전, 경제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반면 신생독립국 인도의 네루식 중앙통제경제는 성공하지 못했다. 가장 사회주의적 정책을 폈던 영국의 경제 개혁이 실패로 끝나며 70년대초 노동당 정권이 몰락했다. 이어 케인즈학파가 주도했던 미국의 카터 정권 역시 40년 호황의 마침표를 찍고 백악관을 초라하게 물러났다. 공산주의 몰락과 함께 90년대에 들어와 특히 과도하게 팽창한 정부부문으로 경제의 탄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는 마침내 시장 주도 경제 체제로 유턴하는 결정적 계기를 맞는다. ▦정책 차이= 시장-정부기능 중시자간 경제에 대한 관점은 출발부터 다르다. 전자는 경제를 자연적 현상으로, 그래서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경제를 정교한 기계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다. 성장 주도 주체, 경제 안정, 특히 분배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눈길이 간다. 대표적 시장기능중시주의자인 시카고 학파 밀튼 프리드먼 교수의 말이다. “억지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정부개입 중시자들에게 불평등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산물이다. 따라서 시장의 불완전성에 대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개입의 당위성이 가장 소리 높은 부문이다. 경제 위기에 대한 관점은 어떤가. 시장중시자들에게 경제란 태생적으로 자기치유적 기능이 있다. 따라서 이를 무시한 정부의 인위적 안정화 대책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경기 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누진 소득세와 실업보험 등의 이른바 ‘자동안정화장치’(built-in-stabilizer)를 도입함으로서 효율적으로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케인즈학파는 예측 불가능한 충격으로 늘 불안한 경제를 위해 재정 및 금융ㆍ통화정책을 통한 경기의 인위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복지문제에 관한 한은 시장기능중시자들도 예외적으로 정부의 개입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재화와 같이 취급돼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정부기능 중시자들은 특수성을 강조하며 복지국가를 국가 경영의 목표로 삼는다. 이밖에도 금융시장ㆍ노사관계ㆍ부동산정책ㆍ환경 및 농업 문제에 대한 접근 등 경제 제 분야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확연하다. ▦최종 승부는= 남미와 한국에서 진행중인 정부 확대적 정책은 국제경제사적 측면에서 분명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다. 정부 주도형의 사회주의적 정책이 유럽 등 선진권을 비롯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패로 끝난 건 앞서 밝혔다. 예르긴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을 국가주도 경제가 쇠퇴하고 시장주도 경제 체체가 승리를 쟁취한 시기로 단정하고 있다. 이론(異論)도 없지 않지만 경제적 선택을 둘러싼 지난 한 세기 대립은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분기점으로 현재까지 시장주도주의측 우세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다.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정부의 역할이 다시 한번 확대될 것인가. 해답을 잠시 유보하자. 지금 시장주의가 맞딱뜨린 문제들-부의 평등ㆍ분배, 환경 및 복지문제, 국가의 동질성 유지, 신자유주의 확산과 그에 따른 세계화 부작용 등등-들이 어떤 모습으로 해결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세기초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체제와 달리 현대의 시장경제주의는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정부 개입은 정당화시키고 있다. 적어도 시장경제의 간판을 내건 국가라면 잊지 말아야 할 게 시장의 룰(rule)을 지키기 위한 정부 개입의 한계가 경제 각 영역별로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의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된다면 정부주도에 대한 시장주도체제의 승리는 확고부동해질 것이다. 양자간 최종 승부에 한점 여운을 남기는 건 그 같은 연유에서다. 입력시간 : 2004-11-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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