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빅데이터 시대의 신뢰구축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기하급수적이라고 하기에도 표현의 한계가 있다고 느낄 만큼 데이터 폭증의 시대에 들어섰다.

웹의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별되는 모바일 시대는 데이터 증가 그래프의 기울기를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량은 인류가 태초부터 지난 2005년까지 생성·보존한 정보량(약 1,500억 기가바이트·GB)에 근접할 것이라 한다.


데이터와 정보가 생성되는 곳 역시 PC와 이동통신 기기를 넘어 여러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나아가 센서와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양한 분야의 사물로 확장되고 있다. 다가올 이른바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오는 2020년까지 2,120억개의 스마트 디바이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곧 데이터 빅뱅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방대하게 생성되는 정형 및 비정형 빅데이터는 향상된 컴퓨팅·스토리지,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 능력과 만나 인류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의 기회'를 던지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는 유통과 스포츠·과학 분야에 이어 교육·의료·관광 등으로 활용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이 늘어날수록 한편에서는 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불신과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빅데이터, 인류 혁신·진화에 기여

인텔이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해리스폴에 의뢰해 9월 미국의 성인남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4%는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나 자신이 소유한 기기에 있는 데이터가 제3자에게 판매·수집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 또는 서비스 이용자들이 갖는 데이터 관리에 대한 불안감을 단적으로 반영한 수치로도 볼 수 있다.

또 스마트폰 등 기기를 보유한 사람의 3분의2는 누가 자신의 기기를 통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답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함을 시사했다.


개인화 기기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그 특성상 매우 사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에 대한 수집·활용 과정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와 설명이 주어지지 않아 기기 사용자들 사이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나 데이터 공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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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용자들이 데이터 공유 또는 제공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일정한 조건이 갖춰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 또는 불안감이 사라진다면 자신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의지가 있음을 나타냈다.

기기 사용자들 중 자녀가 있는 응답자의 약 60%는 졸업률을 높이거나 교육 시스템 향상을 위해서라면 자녀의 교육 데이터를 익명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조사 대상자의 57%는 아주 개인적인 정보를 배제한다는 조건이라면 의학연구 목적의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자신의 헬스데이터를 기꺼이 공유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사적 정보가 배제되고 교육이나 건강 등 주요한 사안에 혜택을 가져온다는 명확한 기준과 목적이 설정된다면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이라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얼마 전 인텔은 기술·헬스케어·교육·스마트시티 산업 분야 내 리더들을 소집해 고객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업계의 투명한 기준 설정과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지멘스와 퍼스널·센서티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다.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선행돼야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빅데이터의 시대는 과거에 볼 수 없던 거대한 발견이나 혁신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을 현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객 또는 사용자와의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단순히 법적으로 요구되는 기업 의무 규정을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전반에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정책과 데이터 수집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철저한 보안 기술 등에 대한 투자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됐을 때 빅데이터의 시대가 선사하는 혁신이 우리 삶과 인류의 진정한 진화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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