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값 바닥 찍었다"

하이닉스 D램 고정거래가격 협상<br>지난달 품목별로 최대 15% 올려<br>상반기내 '魔의 1弗' 돌파 기대<br>"성수기인 8월후 상승 속도 가속"


“(최근 추이를 감안할 때) 반도체 값이 바닥을 찍었습니다.” 반도체 전문가 및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품목당 최대 15% 가까이 상승하자 ‘반도체 바닥’이라면서 1년여 동안 지속돼온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반도체 성수기인 오는 8월 이후 가격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상승국면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라도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것은 확실하다는 얘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4월 대형 PC업체를 비롯한 거래처와의 D램 고정거래 가격 협상에서 품목별로 최대 15%까지 올렸다. 전체 D램 평균으로는 10%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주로 소규모 거래처와의 협상에서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구체적인 인상률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고정거래처와의 가격협상 때 한결 유리한 입장에서 네고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D램 주력 제품인 512메가DDR2의 고정거래 가격은 0.95달러 안팎까지 상승했으며 이르면 상반기 안에 ‘마(魔)의 1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512메가DDR2의 현물가격은 4월28일 1달러를 기록하면서 2개월 만에 업계 평균 제조원가 수준을 회복했다.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D램 제조업체들이 델ㆍHP 등 대형 거래처들과 한달에 두 번 정도 결정하는 구매 가격으로 업계의 수익과 직결된다. 지난해 이후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1~2% 정도의 일시적인 상승률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5% 이상의 의미 있는 상승률을 보인 것은 4월이 처음이다. 반도체 가격이 이처럼 오랜 만에 상승세를 보인 것은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요업체들에 20% 이상의 인상을 요구했고 수요업체들도 이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자심화로 투자와 생산이 지연되면서 수요ㆍ공급 간에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고 있는 것도 가격상승의 요인이 됐다. 민후식 텐피스투자자문 상무는 “지금은 비수기여서 가격 오름폭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성수기로 들어가는 8월 이후에는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시장은 개학과 미국의 추수감사절ㆍ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앞두고 컴퓨터 등의 부품조달이 본격화하는 8~10월에 상승기조를 띤다.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D램 가격이 바닥권이라는 인식과 함께 저가일 때 물건을 선취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발생한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하이닉스 등은 4월에 이어 5월과 6월에도 지속적으로 고정거래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김정수 하이닉스 IR담당 상무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D램 반도체의 고정거래 가격을 (최대) 15%가량 인상했다”며 “5월에도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다른 업체들을 압박하기 위해 공격적 물량확대에 나설 경우 D램 가격 회복도 그만큼 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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