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9월 13일] 부동산시장의 스테로이드 유혹

사람의 신장 위에 있는 부신이라는 기관이나 고환과 난소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Steroid)' 호르몬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뿐 아니라 체액의 균형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스테로이드는 원래 인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호르몬인 셈이다. '아나볼릭-안드로게닉 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바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스테로이드의 정식 명칭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량과 강도를 늘려주기 때문에 운동 선수들을 쉽게 유혹에 빠지게 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과다 투약했을 경우 뼈의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고 심근경색과 뇌졸중ㆍ심장마비까지 일으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금지약품으로 지정된 것도 이 같은 치명적 부작용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국제법의학지(Forensic Science Internaional)에는 29세 여자 육상선수가 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부작용 때문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돼 있다. 스테로이드가 당장은 성적 향상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가져다줬지만 결국 해당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셈이다. 부동산거래 활성화 방안을 담은 정부의 8.29 대책이 나온 지 보름이 지나면서 일부에서는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이 당장 반응하지 않는다며 정부 대책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완전 폐지, 강남권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대한 세제 감면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많은 수요자들 사이에 '아직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거래를 살리기 위해 더 극단적인 처방을 쓸 경우 나타날 부작용을 시장은 과거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경고했다. 처음 사용해 잘 듣는 약일수록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다. 대책 발표 직후부터 갑자기 시장이 들썩거리고 거래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확실하게 약발이 나타나는 '단기 처방'에 너무 습관적으로 젖어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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