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문화를 아는 경영자를 발탁하라

■최고문화경영자 CCO (그랜트 맥크래켄 지음, 김영사 펴냄)<br>문화적 흐름을 선도 창출하는 애플·나이키의 성공 사례 조명<br>"기업의 지속가능 성장 위해선 최고문화경영자 채용 급선무"



20세기 내내 코카콜라는 미국의 상업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미국의 이미지를 친숙하게 빚어 전 세계에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코카콜라의 전성기는 옛 이야기일 뿐이다. 소비자의 취향과 미국 문화는 코카콜라를 통해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멀어지기 시작했다. 문화와 연결되지 않은 코카콜라는 단지 탄산수에 설탕을 녹인 것에 불과하다. 반면 고객의 문화적 코드에 동화되고 때론 문화적 흐름을 선도해 창출함으로써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제품들도 있다. 애플은 창의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할리 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을 팔지 않고 일탈과 자유라는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인식된다. 나이키는 신발을 파는 게 아니라 젊음과 야망, 도전을 판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제품에 담긴 문화적 코드를 판다는 것이다. 문화경영전문가로서 IBM 등 유수 기업에서 자문을 맡았던 저자는 "문화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철학이자 가치관이며 욕망의 상징"이라며 "문화를 아는 경영자가 있는 기업 혹은 문화를 주도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일컫는 문화는 단순히 기업문화나 고급문화가 아니다. 기업 외부에 폭넓게 존재하면서 소비자의 일상을 주도하는 사고 방식과 정서, 활동 등을 의미한다. 때문에 21세기 문화 트렌드를 주도할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 바로 '최고문화경영자(CCOㆍChief Culture Officer)'라고 주장한다. 문화는 엄청난 변혁을 태동시킬 수 있는 '바탕'이다.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는 커다란 바다와 같다. 하지만 문화는 소리 없이 형성되다가 어느 순간 사회적 변화의 커다란 흐름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한다. 그런 순간적 흐름을 포착해야만 기업은 시대 아이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CCO는 표면적으로 유행하는 문화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 동시에 특정한 문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구조적 힘 또한 꿰뚫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 동안 보이지 않던 문화적 DNA가 싹을 틔우고 줄기와 가지를 만들어 마침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며 "CCO는 문화적 열매를 거두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적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CCO는 구색이나 맞추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그의 역할은 기업의 제반 문제를 조사하는 일도 아니고, C레벨 경영진(CEO, CFO 등)의 정보 향상에 기여하는 일도 아니다. 오직 주주의 가치 창조를 위해 일하는 것이며 CCO가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문화를 통해 C레벨 경영진이 기회와 위험을 더 빠르게 인지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 내부의 혁신 요원, 즉 사내 기업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CCO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기업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로봇이라기보다는 살아숨쉬는 유기체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는 "기업은 생존을 위해 쉴새 없이 문화를 흡수하고 내뿜는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야 하며 C레벨 경영진 중 CCO만이 이러한 생생한 호흡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 대부분의 기업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CCO란 직책을 하루 빨리 만들고 그 직책에 적합한 인물을 발탁하라는 저자의 충고는 메시지가 강하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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