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이동통신 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번호 이동성에 당시보다 더 심각한 경쟁과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의견과 업체들이 이미 한 차례 `마케팅 전쟁' 이후 비용 통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LG텔레콤[032640] 주가가 5% 이상 급락했고, SK텔레콤[017670]과KTF[032390]가 2%대 하락률을 보이는 등 이동통신사 주가는 동반 하락하고 있다.
◆ `마케팅 전쟁' 재연 가능성..실적 우려 = 정보통신부는 25일 3년 이상 장기가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허용을 골자로 하는 보조금 정책 개선 초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내년 3월26일 만료되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을 2009년 3월까지연장하되, 보조금 지급 시점에 동일 이통통신사에 3년 이상 가입한 이용자가 가입을갱신하거나 타 사업자로 번호이동할 경우 보조금을 허용키로 했다.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허용은 번호 이동성 실시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마케팅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번호 이동성 실시로 작년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이 매출액대비 19.2%에 달했다며, 보조금 지급 허용시 내년 가입자 유지 비용은 이보다 더 확대돼 매출액대비20∼2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영업이익 규모는 최소 올해보다 10∼15% 가량 줄어들 것이며, 후발업체인 KTF, LG텔레콤은 그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 김성훈 애널리스트도 "보조금 허용으로 정부가 보호해온 이동통신산업의 이익이 이용자에게 흐르게 됐다"며 "보조금 허용시 내년 이통통신업종의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은 15%대에서 13%대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애널리스트도 "현재 3년 이상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41.
1%인 1천550만명이며 나머지 58.9%도 시차를 두고 보조금 지급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업계 전반의 마케팅비용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다만 지금도 어느 정도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급 허용 수준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증권 이시훈 애널리스트는 "장기가입자 비중이 40% 수준으로 보조금지급 허용시 연간 2-5%포인트의 영업이익률 하락이 예상되지만 업체들의 마케팅비용통제 의지를 고려하면 수익성 악화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선.후발 업체 피해 규모 논란..대응전략 확인 필요 = 선발업체인 SK텔레콤과후발업체인 KTF, LG텔레콤의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정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지급이 허용되면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자의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인 만큼 후발 업체의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25일 보고서에서 우량 장기가입자가 많고 가입자당매출(ARPU)도 높은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부정적, 정책 변화로 크게 손해볼 것이 없는 LG텔레콤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기 가입 우량 고객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SK텔레콤으로서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만, 보조금 금지법 완전 폐기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만큼 LG텔레콤에는 다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한편 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 우려 속에 대우증권은 이날 보조금 정책 변화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동통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허용되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경쟁 상황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익의 질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정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사의 3.4분기 실적발표 과정에서보조금 지급 허용에 따른 대응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어떤 전략이 나올 지를 지켜본 뒤에 투자에 나서라"고 권했다.
그는 이어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 유료화에 이어 보조금 지급 허용안이 업계구조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정책을 내놓은 정부의 의도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