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대기업들이 조달품 단가인하에 나서고 어음결제 비중을 늘리면서 중소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최근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를 인하하고 납품대금 결제를 현금대신 어음으로 대체하고 어음결제기간도 늘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관행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P사는 모 완성차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단가인하 압력이 두려워 2002년 회계장부 작성시 순익을 줄이고 이를 다른 계정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지난해 자동차부품 회사들이 내수와 수출 모두 호조세를 보이며 큰 폭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부품회사들이 생산성개선 운동으로 이 같은 순익을 낼 경우 이를 단가인하 구실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관이음새를 생산해 건설장비 업체에 공급하는 S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생산품의 70% 이상을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시장에서는 모회사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 발주물량이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실제 기협중앙회가 중소협력업체 247개 업체를 대상으로 `2002년도 대ㆍ중소기업간 하도급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소협력업체들의 43% 가량이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유형으로 매년 단가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85.7%가 거래단절, 오더물량 감소 등 보복조치가 두려워 참아야 했다고 응답했으며, 77.7%가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이 하도급거래 직권조사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가인하와 함께 어음결제 확대, 판매대금 회수 장기화도 중소기업 경영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경비절감과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현금결제 대신 어음결제를 늘리고 있고 어음결제기간도 점차 늘리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편 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1,500개사를 대상으로 판매대금 결제상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부진에 따른 대기업의 자금조달사정 악화지속으로 1ㆍ4분기중 판매대금 결제상황은 현금 결제비중이 감소하고 어음판매대금 결제기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4ㆍ4분기에는 현금 58.6%, 어음 41.4%를 나타냈지만 올해 1ㆍ4분기에는 현금이 57.9%로 줄어드는 대신 어음결제 비중이 42.1%로 증가했다. 또 중소제조업의 어음판매대금 총회수기일도 131.1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일 가량 늘어났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