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선진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또는 더블딥(이중침체)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브라질ㆍ인도ㆍ중국 등 BICs 국가들은 경기과열과 자산 버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5월3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경우 과도한 공공 부문 부채와 고용시장 환경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선진국은 앞으로 소비보다 저축을 더 빠른 속도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경우 올 하반기 성장률이 월가의 컨센서스인 3%대보다 휠씬 낮은 2%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분석이 현실화한다면 잠재성장률(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미국 경제는 사실상 더블딥에 빠지게 된다. 유럽은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긴축정책 기조로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고 있다. BICs 등은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올 1ㆍ4분기 중 11.9%의 성장률을 나타냈고 인도는 같은 기간 8.6%나 신장했다. 브라질도 1ㆍ4분기 성장률이 8.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루비니 교수는 "BICs 3국은 경기과열과 자산 버블 가능성에 직면했다"며 "조기 긴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들 국가는 상당한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 통계청은 이날 1ㆍ4분기 성장률이 8.6%,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 "자산 버블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올 1ㆍ4분기 중 11.9%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이 연말 또는 내년 초에는 7~8%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루비니 교수는 "중국이 투자 및 수출 확대 등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 이를 지속하려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루비니 교수는 "세계 경제가 유로존의 재정위기 및 더딘 'U자'형 회복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브라질의 경제 전망은 아주 밝다"고 분석했다. 그는 "브라질 경제가 다른 이머징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기대 및 실질 물가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금융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평가절상 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최근 1년 동안 달러화에 대해 8.2%나 뛰어올라 주요 16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평가절상됐다. 루비니 교수는 "헤알화 가치 상승은 브라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데다 유럽의 더블딥,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브라질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2005년 10월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2006년에는 고통스러운 경기침체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글로벌 금융불안 및 경기침체를 미리 예견해 '닥터 둠'으로도 불린다. 그는 특히 "2008년 10월 전세계 주식시장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을 제시한 후 S&P500지수는 5개월 사이에 무려 5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