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장병들이 앓는 질병 가운데 고혈압과 고지혈증, 지루성 피부염은 고엽제(agent orange)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해 미국의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판단한 것이어서 미국내 고엽제 피해자들의 소송은 물론 천문학적 액수의 항소심이 진행중인 국내 고엽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송영천 부장판사)는 13일 파월군인 박모씨가 고엽제제조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사를 상대로 낸 80억2천8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고엽제가 고혈압과 고지혈증, 지루성 피부염을 유발한다는 일반적 인과관계는 인정되나 원고가 실제로 고엽제에 그만큼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재까지 다이옥신과 후유증, 후유의증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고 입증된 것도 아니다"며 "고엽제 내 '2,3,7,8-TCDD'가 각종 간질환과 생식기능장애, 소화장애, 소화장애등을 일으킨다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동물 독성실험 결과 등을 볼 때 고혈압, 고지혈증, 지루성 피부염과 고엽제 사이의 '일반적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월맹군의 주요 침투로는 중서부 삼림지역이었는데 원고는 동부 해안저지대에 주둔했던 점, 고엽제는 3개월에 한번만 뿌리면 되는데 비해원고의 파병기간은 1년에 불과했던 점, 반경 1ｍ내에 살포된 고엽제는 8.8㎖에 불과한 점 등을 보면 원고가 이같은 질병을 유발할만큼 고엽제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앓고 있다는 뇌세포 손상, 질소혈증 및 혈뇨, 신장 및 요관 결석, 전립성 비대증 등과 고엽제 사이의 '일반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으며말초신경병과 일광(日光) 민감성 피부염은 원고가 실제로 앓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67년 해군에 입대해 68년 4월∼69년 5월 해병대 2여단 산하 청룡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에 참전해 다낭, 호이안 등 베트남 동부 해안지대에서 주로 근무하다 70년 7월 전역했으며 이후 망상형 정신분열증, 약한 고지혈증 및 고혈압, 전립성비대증, 지루성 피부염 등의 진단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