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기술로 미래를 열자] <下> 기초과학 투자 확대해야

기초연구 비중늘려 '산업뿌리' 강화를<br>당장 돈되는 응용ㆍ개발연구에 편중, 홀대 여전<br>국가는 원천기술-기업은 응용기술 연구 분담을<br>R&D사업 중복 피하고 장기 비전ㆍ전략 마련부터


[과학기술로 미래를 열자] 기초과학 투자 확대해야 기초연구 비중늘려 '산업뿌리' 강화를당장 돈되는 응용ㆍ개발연구에 편중, 홀대 여전국가는 원천기술-기업은 응용기술 연구 분담을R&D사업 중복 피하고 장기 비전ㆍ전략 마련부터 • 日-불황에도 투자주력, 기술경쟁력 최고 세계는 기술전쟁시대 신성장 동력을 찾아라 세계 1위의 반도체ㆍ조선ㆍCDMA휴대전화 생산국, 연간 2,000억달러 수출, 산업재산권 출원 세계 4위, 기업연구소 1만개…. 이들 모두가 우리의 기술수준을 장식하는 화려한 수사들이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전기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의 경쟁력이 세계 최상위 수준에 오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정부와 기업ㆍ연구소 등의 부단한 기술개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과학 기술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사여구가 무색할 정도로 창피한 부분도 적지 않다. 연간 20억 달러가 넘는 기술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핵심기술이 미국의 65% 불과하며, 부품소재 등 자본재를 중심으로 연 200억달러의 대일(對日)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10위의 수출국이라는 외형과는 달리 핵심ㆍ원천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기초연구에 소홀하고 응용ㆍ개발연구에 편중한 것은 그 동안의 성장제일주의가 가져온 당연할 결과다. 역대 정권이래 수출 등 매출증대에 목을 매다 보니 당장 제품화가 가능한 상용화 기술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수출 의존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초과학 또는 연구보다는 당장에 돈이 되는 응용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권오갑 한국과학재단 이사장은 “지식정보산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초연구→응용개발 연구’로 이어지는 전통적 R&D 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연구실과 시장의 거리가 짧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기술혁신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초연구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기초연구를 강조하는데 대해 논란은 있다. 학문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순수 기초연구와 산업화를 염두에 둔 목적 기초연구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가용자원이 제한된 나라에서는 순수 기초연구보다는 목적 기초연구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용ㆍ개발연구 부분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스스로 이끌어 가고, 국가는 과학이나 기초ㆍ원천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현실론자들은 현장에서 부가가치를 실제로 창출하는 기업에 지원을 늘여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기초연구 비중이 국가예산의 20.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이 실제로 10%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기초연구비중이 30% 내외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기초연구 홀대는 국가 R&D사업의 상위 단계, 즉 정책ㆍ기획단계에서 현장 과학기술자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출범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전체 정원(106명)의 20%를 민간 기업이나 연구소 출신들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혁신본부의 시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비(非)관료가 정책결정 위치에 접근하는 것이 엄격히 차단돼 왔기 때문이다. 개방직 공무원제가 일부에서 도입, 시행돼 왔지만 서열과 인맥으로 얽힌 관료사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능력 있는 민간인사는 공직진출을 꺼리고 이는 제도취지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됐다. 수백가지의 R&D사업에 중복ㆍ낭비 요소가 있는 점도 문제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예산을 마련, 사업을 집행함으로써 전체 사업규모가 현재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어렵게 됐다. 이달 말부터 감사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등 정부 R&D사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는 것도 이런 현실에 메스를 가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다. 국가 기술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이 요구되고 있다. 남의 이론에 얹혀 상용화 기술만으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갈지 아니면 투자비용이 큰 만큼 확실한 담보가 되는 ‘뿌리’ 부분을 강화할 지 신중히 판단해야 할 때다. 전략과 비전이 제시된 후에야 이를 기초로 개별 연구자나 산업체,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 방식이 결정될 수 있다. 한민구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 R&D사업에 대한 기준 설정이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 내에서나 기업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입력시간 : 2004-11-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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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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