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유가 50달러 시대] 산유국 노르웨이 금리인하… 러·멕시코 환시장 개입

■ 세계 각국 충격파

미 에너지기업 정크본드, 내년 연체율 올 두배 전망

필리핀·중국·인도 등 원유 순수입국은 수혜


국제유가의 '심리적 저지선'인 배럴당 60달러가 무너지면서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과 에너지업계의 충격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 산유국 노르웨이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멕시코는 저유가로 폐소화가 폭락하자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1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내린 1.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유럽 산유량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대표적 산유국이다. 오이스틴 올슨 노르웨이중앙은행 총재는 "유가 급락 속에 노르웨이 경제전망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석유 산업 둔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위험이 더 중요한 상태"라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자국 통화인 크로네화 가치 하락 우려 때문에 금리 동결을 전망했었다. 금리 인하 발표에 크로네화 가치는 2003년 9월 이래 최저로 하락했다.

멕시코도 자국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이날 중앙은행이 21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멕시코의 전체 수출품 중 원유의 비중은 10%로 높지 않지만 원유 판매 수익이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분석을 인용, 내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저유가에 따른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의 타격으로 인해 최대 1%포인트 깎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너지 관련 채권 비중이 14%로 가장 큰 미국 고위험·고수익 채권(정크본드) 시장에도 저유가의 불똥이 튀고 있다. 미국 펀드조사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정크본드에서 19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저유가로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에너지 관련 채권 매물이 쇄도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바클레이스의 집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이 시작된 6월부터 정크본드시장에서 200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에너지기업들의 정크본드 연체율이 8%로 올해의 2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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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중동 산유국에서의 자금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오만·쿠웨이트 증시는 이날 일제히 연중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두바이 증시도 각각 4.7%, 7.4% 하락해 올해 1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에너지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져 코코노필립스·엑슨모빌·셰브런 등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된 주요 에너지기업들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2% 넘게 떨어졌다. S&P500 지수 가운데 에너지 부문 지수는 이날 3.1% 하락, 국제유가가 연고점을 기록했던 6월 이래 25%나 추락했다.

반면 저유가 시대에 원유 순수입국과 원유 수요가 많은 산업을 중심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 산하 연구소인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지면 필리핀이 2015~2016년 평균 7.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중국과 인도도 각각 평균 7.1%, 6.7% 성장해 저유가의 대표적인 수혜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하락은 경제에는 '감세'와 같다"며 "단기적으로 저유가가 소비심리를 끌어올려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항공업계가 저유가에 웃음 짓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저유가로 연료비가 6%가량 줄면서 내년 항공업계 순익이 올해보다 26% 증가한 25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CNBC는 "이 같은 단기적 이익은 저유가로 핀치에 몰린 산유국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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