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韓中 FTA서 챙길 것들


동아시아 통상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가시권에 들어선 느낌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놀랍다. 산업 경쟁력 역시 일취월장하고 있다. 노다지를 캐려고 들어간 외국 기업들이 불과 2~3년 새 도산 위기에 몰리는 곳이 중국 시장이다. 연해 수출공단의 원가 경쟁력은 세계 중저가 시장을 호령하지만 중국 기업조차 치솟는 인건비 탓에 몇 년 뒤를 걱정한다. 중국과의 FTA는 국내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다. 한중 FTA가 가져올 충격과 기회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며 계산 결과도 몇 년 새 바뀔 것이다. 中 진입장벽ㆍ보조금 등 쟁점 그럼에도 중국과의 FTA를 거론할 때 다른 경제권과 확연히 다른 몇 가지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중 간 정착 단계에 들어선 분업구조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대중(對中) 투자 붐을 경험했다. 주로 제3국 수출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 설비를 이전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 중국과의 교역에서 비(非)소비재 비중은 거의 6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FTA 효과는 관세 인하를 통해 시장이 커지고 그 결과 생산ㆍ소득이 늘어나는 것이다. 교역량 증대는 자본ㆍ노동의 효율적 배치를 유도해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더욱 늘리는 자본축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이미 상당히 긴밀한 분업체제를 형성해온 만큼 자본축적 효과는 미래뿐 아니라 당장 관리해야 하는 FTA 기대효과의 중요한 축이 된다. 따라서 중국에 이미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이를 적절히 한국으로 옮기도록 FTA를 설계해야 한다. 중국 내수 시장 접근을 막는 다양한 진입장벽 제거,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사업 서비스 분야 개방, 외환 규제 완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중국은 우리가 FTA를 맺은 나라들과 경제 운용이 판이하다. 시장은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지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들은 대개 국가가 주인이다. 시장에서 심판을 봐야 할 중국 정부가 코치 겸 선수로 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회주의적 공유 원칙이 엄연히 살아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 주요 산업의 개방 문제는 자칫 체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이슈로 비쳐질 수 있다. 중국과의 FTA 협상은 어떤 나라보다 길고 융통성이 없는 '유보 항목'을 받아들이고 시작하게 될 공산이 높다. 미국은 이미 신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뿌리고 있는 보조금에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미래 성장동력인 이 분야 시장을 개방하라는 메시지인 셈인데 우리 통상당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FTA 협상에서 중국 정부는 공산당 영도 원칙에 힘입어 자국 내 제 정파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협상을 펼쳐왔다. 그런데도 중앙정부가 맺었던 FTA 조항이 지방 사업현장 곳곳까지 관철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중앙이 정책을 내놓으면 지방은 대책을 세우는(中央有政策, 地方有對策)' 것이 중국의 행정관행이다. 지방정부 이행 확약 받아야 하지만 중국의 지방정부는 고용과 세원에 크게 기여하는 지방 국유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해치는 FTA 규정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무력화시킬 행정력을 갖고 있다. 사법부의 예산과 인사권도 지방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장악돼 있는 만큼 사법적 판단을 구하려 해도 여의치 않다. 중국에 막대한 무역 흑자를 올리고 있는 만큼 한중 FTA를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특이성을 감안할 때 협상 과정에 국내는 물론 중국 내 한국 기업 등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통상 환경을 감안해 일본과의 공동 보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