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위기의 한국은행] 제 역할 못하는 기준금리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고채 수익률이 기준금리 밑으로 잇달아 떨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준 금리가 국고채 등의 수익률과 따로 움직이는 사태가 이어지자 기준금리가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고채 단기물에 이어 장기물마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면 자금의 단기부동화 등을 가져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3.04%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10년물은 이날은 0.03%포인트 올랐지만 최근 4거래일 동안 0.11%포인트 하락하며 기준금리(3.0%)에 근접한 상황이다. 국고채 1년물과 3년물 역시 이날 0.02%포인트, 0.03%포인트 상승에도 불구하고 각각 2.80%, 2.81%에 그치면서 기준금리 아래에서 거래되는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고채 10년물의 금리가 최근 크게 떨어진 이유는 외국 투자자들의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 12일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25일까지 장내 국채시장에서 8,4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최근에는 스위스, 노르웨이, 중국 등 비교적 투자기간이 긴 해외투자자들이 국고채 순매수를 늘리면서 장기물의 금리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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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단기물에 이어 장기물마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의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10년물이 기준금리와 뒤집히면 보험 등 장기물에 투자하는 주체들은 예외 없이 역마진의 위기에 놓인다”며 “장기물보다 상대적으로 단기물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나타나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보험사, 은행 등 투자주체들이 높은 금리로 조달해 낮은 금리로 운용하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은행 등에서 손실이 커지면 금융계 전체로 부실이 전이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화당국이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통화당국이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을 당시 정책 방향과 관련해 어떤 시그널도 주지 않아 시장에서는 이달에도 동결을 예상했었다”며 “기준금리가 갑작스럽게 인하되자 쇼트커버링 등 매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역전현상이 심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국고채와 기준금리 역전이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성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국고채와의 역전현상은 선진국에서 두루 관찰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에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감 등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는데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하 여부를 발표하면 역전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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