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T2000 비동기에 눌려 '균형발전' 퇴색

IMT2000 비동기에 눌려 '균형발전' 퇴색 LG "동기식 난색" 따라 정부 대책없어 곤혹 비동기식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로 SK와 한국통신이 선정된 후 고민에 빠져있는 것은 비단 LG만은 아니다. 정부도 LG만큼이나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기 및 비동기 시장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시장에서 동기식 장비사업을 주도중인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동기식 서비스 및 장비에 관한 한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우리의 위상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LG나 한국IMT-2000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또는 독자적으로 동기식 사업을 추진한다해도 동기식 시장은 비동기 시장에 짓눌려 발전을 기대키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동기식 시장 및 산업이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 안병엽 정보통신부장관은 지난 15일 비동기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동기 및 비동기시장의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안 장관은 이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정부는 동기 및 비동기시장의 균형적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사실 정부가 기대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현재 이동전화시장에서 50%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SK가 동기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SK가 어렵다면 한국통신이 동기식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차선의 시나리오였다. 한국통신계열 한통프리텔 및 한통엠닷컴의 시장점유율은 30%를 웃돈다. 따라서 한통이 동기식 사업을 수행하면 미흡하나마 '동기 및 비동기 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선 및 차선의 시나리오가 모두 어그러졌다.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17일 '답답한 심정'이라는 말로 정부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동기 및 비동기 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동기식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우대조치는 명백한 시장간섭 행위로 비동기 사업자들의 반발, 나아가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LG의 선택 정통부로서는 동기식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IMT-2000이 단독으로 동기식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LG가 어떤 형태로든 동기식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어차피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통신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자금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기식 사업 추진은 LG로서는 '자기모순'이나 다름없다. LG는 사운을 걸고 비동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는 비동기 시장이 동기시장에 비해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다 비동기 장비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일찌감치 연구개발인력을 비동기 장비개발분야에 투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LG글로콤이 동기식 사업을 추진하면 '서비스는 동기, 장비는 비동기'라는 모순된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LG는 보다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기대키 어렵다. 더욱이 동기식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동기식으로는 1조원 이상의 출연금을 뽑아내는 것 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동기식 사업을 추진하는데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동기식 사업을 포기하면 LG는 그룹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통신업 육성 계획'을 백지화해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LG는 앞으로 통신사업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짜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동기식 장비산업의 미래 삼성전자 등 국내 장비업체들도 비동기 사업자 선정결과에대해 큰 우려를 표시한다. 전세계 동기식 장비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자신들의 위상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동기식 사업을 추진중인 10여개국을 대상으로 시스템 입찰에 참여중이다. 그러나 미국업체들은 삼성을 입찰경쟁에서 따돌릴 경우 전세계 동기식 장비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의 무선통신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SK와 한국통신이 비동기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삼성의 동기식 IMT- 2000 장비 개발 및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는 내용의 음해성 루머를 퍼뜨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앞으로 전세계 동기식 장비시장에서 미국업체 등을 대상으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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