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전달보다 수출이 줄고 자본재 등 수입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불황형 흑자’양상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42억3,000만 달러로 9월의 28억3,000만 달러보다 49.5%나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54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경상수지는 2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수입이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9월 21억 달러에서 36억5,000만 달러로 73.8%나 증가했다. 본선인도가격(FOB) 기준 수출은 전월 472억 달러보다 1.3% 줄어든 465억7,000만 달러, 수입이 같은 기간 451억 달러에서 429억3,000만 달러로 4.8%나 감소했다. 8월 이후 2개월 연속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시설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자본재 수입이 감소했다. 10월 자본재 수입은 115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9% 줄었다. 이중 정보통신기기 수입이 14억3,000만 달러로 12.9% 감소했고 기계류와 정밀기기가 37억1,000만 달러(-3.6%), 반도체가 28억8,000만 달러(-3.6%), 전기ㆍ전자기기가 66억5,000만 달러(-0.7%) 등을 나타냈다. 양재룡 한은 금융통계부 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감소했다”며 “국내 제품의 해외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수출감소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양 부장은 “정보통신(IT) 제품 등을 중심으로 국외생산 비중이 지난해 말 3.5%에서 올해 1ㆍ4분기 20%, 2ㆍ4분기 36%, 3ㆍ4분기 63%로 증가했다”며 “실질적으로 수출로 봐야 할 부분이 외국 주재국의 수출로 잡혔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는 건설서비스 흑자가 축소되었지만 여행수지가 개선되면서 9월에 이어 균형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계정은 전월과 비슷한 44억7,000만 달러 유출 초과를 보였다. 해외직접투자는 국외투자 감소로 유출초과 규모가 9월의 21억 달러에서 11억3,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증권투자는 채권 부문의 유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순유입으로 바뀌면서 유입초과 규모가 전월 17억7,000만 달러에서 39억2,000만 달러로 늘었다. 은행의 차입증가로 기타투자는 전월 167억5,000만 달러 유출초과에서 28억1,000만 달러 유입초과로 바뀌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