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29일, 일본 열도가 흥분에 빠졌다. 닛케이225지수가 장중 3만8,957.44엔, 종가 3만8915.87엔이라는 최고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연말의 낭보는 찬란한 기대를 낳았다. 지수 10만엔대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장미빛 환상도 쏟아져나왔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정반대 상황. 4월 초 종합주가지수 최고점(1,007.77) 이후 속락세로 돌아서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며 투신사에 자금을 쏟아넣은 12ㆍ12부양책을 짜냈던 한국에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재팬 애즈 No.1’같은 일본경제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다.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사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이 그 뒤 어떤 길을 걸었는지는 익히 아는 대로다. 끝없는 내림세를 걸었다. 최근 다소 반등한 게 8,739.52엔(26일 종가 기준)이다. 20년 동안 하락률이 무려 77.54%. 최고점 회복까지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은 어쩌다 이런 버블에 휘말렸을까. 과잉유동성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기업의 ‘자이(財)테크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일본의 경기침체는 한국의 외환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연쇄도산 위기가 퍼지던 1997년 ‘마의 11월’을 맞아 일본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외화대출금을 대거 회수한 게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당시 도쿄증시와 2003~2008년간 서울증시의 패턴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버블을 오히려 심화시킨 일본 정부의 ‘토건 경기 활성화 대책’과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마저 닮은 꼴이다. 역사의 반복이 현해탄을 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부동산 버블 지표도 당시 일본보다 요즘의 한국이 더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