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伊 영화 '우체부' 오페라로 무대 올라

지난 1994년 마이클 레드포드가 감독해 오스카 음악상을 받은 이탈리아 영화 '우체부'(Il Postino)가 오페라로 만들어져 최근 LA 오페라의 시즌 개막작품으로 전세계에서 초연됐다. 멕시코 태생의 다니엘 카탄이 작곡하고 가사(스페인어)를 쓴 '우체부'는 단숨에 매료될 만큼 로맨틱하고 서정적이었다. 카탄은 인상파 음악과 현대 음악을 비롯해 푸치니의 음색과 탱고, 1950년대 미국 팝음악까지를 장인의 솜씨로 칵테일해 준수한 작품을 창조했다. 영화 '우체부'는 이탈리아의 한 작은 섬으로 망명한 사회주의자로 노벨상을 받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 (필립 느와레)와 무식한 섬마을 우체부 마리오(마시모 트리오시)의 관계와 둘 사이의 시심의 교환을 그린 작품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에 의해 자신의 내면에 잠들고 있던 시어들을 깨달으면서 이 시어들을 사용해 자기가 사랑하는 마을 처녀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얻고 자신도 새롭게 바뀐다. 시(예술)와 사랑의 불가분의 관계를 찬미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화지만 트리오시는 영화 촬영이 끝난지 불과 12시간 만에 지병인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카탄의 오페라 '우체부'는 로맨티시즘에 치중한 영화와 달리 네루다의 정치적 견해를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시와 로맨스와 정치성을 균형 있게 취급해 부담스럽진 않다. 오페라는 처음에 다소 느리게 진행되지만 서서히 로맨티시즘과 서정성, 열정의 음감과 톤을 갖추며 무르익는다. 특히 아리아와 듀엣, 합창의 멜로디가 감미롭고 아름다워 처음 듣는데도 생경하지 않다. 네루다(플라시도 도밍고)가 아내 마틸데(크리스티나 갈라르도-도마스)의 벗은 상체를 "달빛의 선을 지녔으며 밀처럼 가늘고 또 쿠바의 밤처럼 푸르다"고 찬양하는 가사 자체가 하나의 시다. 오페라의 로맨티시즘과 정열은 마리오(찰스 카스트로노보)와 베아트리체(아만다 스퀴티에리)의 사랑의 듀엣에서 만개한다. 이와 함께 어부들의 합창이 저 세상 것처럼 영적인 기운을 지녀 심금을 울린다. 카탄이 네루다 역과 마찬가지로 마리오 역에도 테너를 쓴 것은 두 사람이 '거울 이미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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