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核의 비경제성

“우리가 핵 억제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은 누구를 위협 공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재래식 무기를 축소하며 인적자원과 자금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돌리려는 데 있다” 북한의 중앙통신이 지난 9일 북측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 내놓은 논평 내용이다. 핵무기 개발의 이유를 경제성 논리로 설명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핵무기가 있으면 재래식 무기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그 돈을 주민복지에 쓸 수 있으니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쓰지도 팔지도 못하는 무기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 좋으련만 현실은 그 반대다.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했고, 핵포기 압박과 재제가 가중돼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다. 핵무기는 근원적으로 비경제적인 무기다. 핵무기의 비경제성은 우선 사용불가성에서 비롯된다. 핵무기는 2차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에서 사용한 2개 이외에는 아무데서도 사용되지 않았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한반도 베트남 아프간 이라크 등지에서 숱한 전쟁이 터졌지만 결코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전쟁에 사용된 무기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강력한 성능의 재래식 무기일 뿐이다. 보유핵무기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명분 삼아 핵보유국들은 비보유국에 대해 핵무기개발을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두 번째 비경제성은 팔기도 어려운 무기라는 점이다. 매매를 하더라도 몰래 해야 한다. 들통나면 보유국들로부터 보복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하탄계획은 2차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완성됐다. 전자계산기 조차 없었던 시절의 일이다. 60여년전에 개발된 낡은 기술이어서 실험을 통해 확보한 고성능 기술이 아니라면 기술적ㆍ무기적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렵고 매매가치도 없다. 핵보유국의 핵능력에 비길 때 북핵은 있다 해도 `어린애 장난감`수준이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 세째의 비경제성은 보유국들의 군사ㆍ경제 제재로 인한 불이익이다. 핵무기의 보유는 안보에 위협이 된다. 이라크에선 아직껏 확인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 보유 혐의만으로 후세인 정권이 축출됐다. 경제제재를 받게 되면 대상국의 제품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의 접근이 봉쇄된다. 나라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5개 핵보유국의 기득권만을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은 원초적인 불평등조약이다. 그래서 북한 외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내밀하게 NPT체제에 도발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비용만 들어가고, 사용도, 판매도 안되며, 보유국으로부터 재제만 초래하는 비경제성으로 인해 대다수 비보유국들은 핵무기개발을 포기하고 핵의 평화적 이용으로 관심을 돌린 지가 오래다. 핵무기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가질만한 나라가 가질 때 무기로서 효과를 갖는다. 재래식 무기개발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 가장 요구되는 나라가 북한임에도 이처럼 비경제적인 무기를 개발하는데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북한 영변에 있는 원자력연구기지는 부지가 270만평에 건물이 390여 채나 된다. 대전 대덕단지에 있는 원자력연구소가 부지 42만 평에 53 개의 건물로 구성된 것과는 외형에서 비교가 안 된다. 영변기지는 비경제의 표본 남한의 원전은 가동중인 것만도 18기에 전력생산량도 1만5,720메가와트로 전력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반면 북한은 가동 가능한 원전이 1기에 전력생산량도 5메가와트에 불과하다. 남한에선 원자력 연구의 범위가 원전기술 외에도 의료, 식품농업, 산업기술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그렇게 적은 발전량에 비해 그렇게 큰 규모의 연구기지를 갖고 있는 것은 비경제의 표본이다. 북한체제의 경제성은 무엇보다 핵포기에 있음이 자명하다. <논설위원 im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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