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검사권 분산의 함정

"공정거래위원회ㆍ국세청ㆍ검찰도 다 찢어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금융권의 고위관계자가 금융감독원의 검사권 분산문제와 관련해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금감원이 부실 검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사권을 독점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이를 분산시킨다면 또 다른 리스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예금보험공사에게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 검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13일 기자들과 만나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구상에 대해 공동검사가 안될 때 나가는 조사는 이미 단독검사나 다름없다고 꼬집는다. 금감원이 저축은행 부실 문제와 관련해 허점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일부 직원은 금품 수수혐의가 있고 그동안 봐주기식 검사를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금감원이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그렇더라도 금감원의 검사권 독점을 깨고 단독 검사권을 여러 기관에 나눠주는 것은 금감원을 견제하겠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우선 책임문제에 대한 논란이 생긴다. 검사권이 독점돼 있는 덕분(?)에 지금은 금감원에 책임추궁을 강하게 하지만 검사권이 나눠질 경우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지 애매해진다. 금융사들의 부담증가도 문제다. 시어머니를 여럿 두게 되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검사권이 분산돼 감독기관의 힘이 약해진다면 금융사에 대한 통제력만 약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효율성과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한곳에 몰아놓았던 검사권을 놓고 자칫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돼서는 곤란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권은 공권력인데 그냥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실검사 문제의 해법 찾기에는 금융의 절대권력을 휘둘러온 금감원의 기능과 인력을 어떻게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가 키 포인트다. 여우가 밉다고 늑대를 불러올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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