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회적 이슈 없어도 영화흥행 가능하죠"

'해운대' 만든 세친구 윤제균 감독·길영민 이사·김휘 프로듀서


판ㆍ검사를 꿈꿨던 모범생, 꼼꼼한 성격의 건축가 지망생, 소설가를 동경했던 문학소년. 26년 후 이들 세 명은 한데 뭉쳐 2009년 여름 한국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작품을 내놓게 된다. 중학교 동기동창 삼총사, 부산서 합숙하며 작품 구상
1,000만 관객 돌파 불구 작품성 부족 지적에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
23일 역대 다섯번째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한 ‘해운대’는 중학교 동기ㆍ동창인 ‘부산 사나이’ 삼총사가 뭉쳐 만든 작품이다. 모범생은 감독으로 성장했고, 건축가 지망생은 제작사의 총괄이사로, 문학소년은 시나리오를 담당한 프로듀서가 됐다. ‘해운대’ 1,000만 신화의 주역인 세 친구 윤제균 감독(40)과 길영민 이사, 김휘 프로듀서를 JK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해운대’ 1,000만 돌파 성공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차기작 준비를 위한 회의에 한창이었다. 윤 감독은 “‘해운대’ 만들 때도 부산에서 합숙하며 아이디어를 짜냈다”며 “조만간 한 번 더 부산에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길 이사는 “말이 합숙이지 수다 떨면서 노는 것”이라며 “그렇게 셋이 놀다 보면 아이템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이 함께 일하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 윤 감독은 당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었던 길 이사와 부산에서 영화 제작사를 하고 있던 김PD에게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길 이사는 경기가 안 좋던 차라 선뜻 수락했다. 김PD 역시 “작품이 무산돼서 어렵던 때였기에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윤 감독은 “친한 친구들과 같이 일 하고 싶어서 제안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어려울 때 함께 해줬던 친구들에게 그 은혜를 갚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대학 진학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던 윤 감독의 집안사정은 좋지 않았다. 그때 길 이사의 배려로 윤 감독은 3년간 그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 윤 감독은 “10년 전엔 내가 영민이(길 이사)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4년 전엔 내가 도와줬다. 앞으로 또 10년 후엔 어찌 될 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의 이런 생각은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박사(박중훈)가 선의로 김밥을 사준 할머니는 나중에 김 박사의 아이를 돌봐주게 되고, 함부로 대했던 변기 수리공은 엘리베이터에서 죽을 뻔했던 이유진(엄정화)을 구해준다. 윤 감독은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구상하는 동안 세 사람 사이에는 다툼도 많이 있었다. 윤 감독은 “김PD는 어촌 사람들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했고, 나와 길 이사는 외부인의 이야기도 함께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결국 해운대에 사는 등장 인물인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 동춘(김인권)의 이야기는 김 PD가 맡았고, 외부에서 오는 나머지 인물들은 윤 감독이 구상했다. 예산을 총괄한 길 이사는 윤 감독의 합리적인 사고 덕에 제작비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윤 감독은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정확히 아는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우리나라에서 100억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는 모두 예산이 초과됐는데 ‘해운대’는 환율 차이를 빼면 오히려 예산을 남긴 영화죠. 윤 감독을 보며 합리적인 사람이 상업영화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해운대’가 ‘1,000만 관객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윤 감독은 다른 ‘1,000만 영화’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이슈도 없다는 지적에 “난 마스터가 아니기에 비판은 당연하다”며 “내가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고 앞으로 지적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해운대’의 성과는 사회적 이슈가 없어도 영화만 잘 만들면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영화인에게 심어준 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듣던 김 PD는 “윤 감독은 자기 작품에 대한 평가와 외부에 대한 대응이 유연하다. 이런 점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며 “다만 다양한 예술영화를 더 많이 보고 작품을 만드는 지평을 더 넓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옆에 있던 길 이사도 “뱃살을 좀 뺐으면 좋겠다”는 애정어린 조언을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