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흥은행 타결, 노동계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흥은행 파업을 풀기 위한 노사 협상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22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이번주부터 본격화할 노동계 투쟁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권력 투입 없이 사태가 해결됨으로써 일단 양대 노총은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조흥은행 사태에서도 실력행사에 나선 노조의 요구를 정부가 개입해 상당부분 수용함으로써 노동계가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번 조흥은행 파업은 그동안 온건노선을 걸었던 한국노총과 정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된데다 노무현 정부의 하투(夏鬪)에 대한 시각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 당사자뿐 아니라 전체 노동계와 경영계의 큰 관심을 끌어왔다. 타결 결과를 놓고 보면 조흥은행 노조측은 당초 주장했던 `분할매각`을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협상을 통해 3년간 독자경영 보장과 고용보장, 신한은행 수준까지 임금 단계인상 등 상당한 실리를 챙길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합병 뒤에도 `조흥은행`이라는 브랜드가 남을 가능성이 커져 명분까지 쌓을 수 있게 됐다. 조흥은행 파업사태는 당초 `공적자금 회수`라는 정부의 정책적인 명분이 있던데다 대다수 시민단체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측의 열세로 평가됐다. 조흥은행 사태가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해결됨으로써 올 하투에서 당분간 노조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법파업 등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흥은행 파업을 진두지휘했던 한국노총이 오는 30일 산하 조직 20만여명의 조합원을 동원,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조흥은행 사태가 공권력 투입 없이 해결된 만큼 정부와 꾸준한 물밑접촉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일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도 올해 노동계 현안인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제도개선 등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고 있어 적극적인 노정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양 노총은 특히 이번 하투를 통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화물연대 사태에 이어 이번 일로 정부가 `노동자편에 기울어 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일선 사업장 노사 협상에서 사용자보다는 노조측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선례를 남긴데다 이로 인해 일부 강경한 노조들이 파업을 향후 벼랑 끝 전술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점 등은 이번 조흥은행 사태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측의 산별교섭 거부로 노사대립이 시작됐지만 협상과정에서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조가 전면에 등장, 합의타결의 주체가 됨으로써 올해 산별교섭 수용이나 기본협약 체결 등의 문제가 노사간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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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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