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사설)

기업들이 새 경영틀을 짜기에 바쁘다. 그렇지 않아도 비상사태인 기업들이 요즘들어 긴장의 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김대중씨의 대통령 당선으로 정부의 기업 정책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IMF·새정부 기업관 촉각 김대통령당선자가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은 새 정부의 재벌정책과 관련, 관심을 끈다. 그는 「모든 기업을 권력의 사슬로부터, 그리고 권력의 비호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앞으로 시장경제에 적응, 세계적 경쟁속에서 이겨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했다. 새 정부의 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통령당선자의 이같은 재벌정책은 원칙면에서는 IMF조건과 비슷한데가 있다. 그는 IMF조건을 원칙적으로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IMF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은 독립적인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며 재벌들은 연결재무제표를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의 요구는 사실 독립국가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버젓한 기업회계기준이 있으며 상장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독립적인 외부감사를 받아왔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철저히 시행되지 못하고 요식행위의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수치스런 지적과 요구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새 대통령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IMF요구조건과 맞물려 투명성 제고로 경영의 활로를 찾아야 될 판이다. 기업들마다 비상령이 발령돼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스스로 혁명적인 방법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우리기업들의 문제점은 기업경영정보에 대한 공개가 아주 미흡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정보의 제공이 충분치 않았으며 더구나 독립적이고 정확한 회계감사 기능이 취약함에 따라 경영의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자본조달을 어렵게 해 조달비용도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투명성·건전성 제고에 관심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주주에 의한 경영권 집중이다. 경영정보에 대한 외부투자자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주주들은 기업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권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대신 경영능력을 도외시한 채 세습화되는 경향도 강하다. 경영권 세습추세가 보편화, 장기화될 경우 유능한 전문경영인의 성장과 출현이 저해될 수 있다. ○국제기준 맞게 새 틀 짤때 내부통제시스템 마비도 큰 문제다. 형식적인 내부감사기능이 있기는 하나 사실상 대주주가 내부감사를 선임하기 때문에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 내부감사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외부감사인의 감사마저 독립성의 결여로 수박 겉핥기식이 되고 있어 그 실효성이 낮은 형편이다. 이같은 문제들의 해결이 불가피 해졌다. 우선 회계기준이 정비돼야 한다. IMF시대에는 자본시장의 개방이 앞당겨 진다. 결국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회계원칙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해외에서 증권이나 채권을 발행하는 우리 기업들은 해당국의 회계원칙에 따라 재무제표를 제시하고 있다. 해외시장으로부터의 자금조달비중이 높아질수록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회계기준이 필요하다. 대주주의 소유권, 지배권 집중을 견제할 수 있는 기업감시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5%이상 지분소유자에게 인정되고 있는 소수 주주의 요건을 1∼2%선으로 완화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은 1년이상 1%이상 보유주주에, 일본은 1%이상 보유주주에게 주주제안권을 부여하여 특정사안이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내부감사인의 지위강화와 외부감사의 질적 향상이 시급하다. 기업내부에 존재하는 문제를 시시각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이를 과감히 지적할 수 있는 독립성을 동시에 갖춘 내부감사가 선임되어야 한다. 외부감사도 현 체제를 전면 개선해야 객관성 있는 감사가 될 것이다. 부도가능성을 뻔히 알면서도 적정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관행은 하루 속히 없어져야 한다. IMF는 재벌 기업들에는 충격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면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이고 실효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충격적인 방법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IMF와 조건의 수정협상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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