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산업연수생을 고용하고 있는 안양의 전자부품제조사 피닉스전자의 김재기 사장은 이왕 단속한다면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을 사면해 준 게 벌써 10여 차례나 된다”며“합법적인 산업연수생 고용을 위해 각종 비용을 들여가며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 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단속이 이번에도 유야무야 된다면 결국 합법적으로 산업연수제나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솔직히 이번에도 제대로 단속을 할 지 믿을 수 없어 중국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96년부터 산업연수생을 고용했던 김 사장 역시 산업연수생 도입 초기에 이탈자들 때문에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하지만 산업연수생들에게 매년 10~15일의 유급휴가를 주고, 자국을 방문하는 직원들에게는 비행기삯과 휴가비를 지급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산업연수생들이 회사의 배려에 만족해 하면서 사업장을 이탈하는 산업연수생이 없어졌고, 숙련된 산업연수생들은 스스로 새로 오는 산업연수생에게 기술을 가르침으로써 숙련공들이 귀국했을 때 생기는 인력공백도 해결됐다.
김 사장은 “불법체류외국인 노동자들은 지금도 이번 단속만 잘 피하면 10년이고 20년이고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하고, “싱가포르나 대만처럼 현상금제도를 도입하거나 강력한 법적제재를 가해야 법을 지키는 기업들이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사장도 점점 높아만 가는 인건비를 감당하기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년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현재 보다 30%가량 임금부담이 늘어나 국내에서는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산업연수생은 기업에게 유리하고,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각각의 쿼터를 풀어버리고 기업과 노동자들이 시장원리에 맞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