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독서로 피서하세요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피서철에 접어들었다. 모처럼 휴가를 맞아 피서를 떠나보지만 출발시간부터 여정은 순조롭지 않다. 꽉 막힌 도로, 인산인해의 해수욕장과 계곡마다 빼곡한 인파,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진정 휴식을 원한다면 인적이 드문 농촌 민박집을 찾아 솔바람 쐬며 책을 읽는 것도 고급 피서법 중 하나일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예언처럼 디지털에 의한 정보화시대가 도래해 세상은 정치∙경제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은 빼놓을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 트위터를 통해 정치지도자를 선택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은 물론 집안의 가스불을 끄며 은행업무를 보고 농장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상당수의 집합 교육들이 사이버교육으로 완전 대체되거나 개설됐다. 하루가 소요되던 집합평가방식이 사이버평가로 전환되면서 비용적 측면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나아가 지금은 시범 실시되고 있지만 오는 2015년부터는 초∙중∙고생의 교과서가 디지털교과서로 대체된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변화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종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이지만 둘은 선후관계라기 보다는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디지털은 인간의 욕망을 쫓아 상상만큼이나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지만 디지털은 결국 생활의 이기일 뿐이다. 우리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세계 제일이라지만 천안함 침몰시 아무런 디지털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안타까움만 더해갔다. 세계 최고급 정보가 불특정 해커에 노출돼 있으며 디도스(DDos) 공격처럼 진원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다중의 디지털 공격으로부터 혼란을 겪기도 한다. 창조의 시대, 책을 읽지 않고 모방만으로는 결코 1등 국민이 될 수 없다. 컴퓨터가 클라우딩 방식에 의해 세계의 모든 정보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라도 그 자체가 창조적인 신소재를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한 모든 것을 디지털화할 수 없음에도 지금까지 수단가치의 환상에 현혹되지 않았나 자성할 일이다.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는 키케로의 말을 기억하며 지구온난화로 길어진 여름 독서와 함께 더위를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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