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전경련 총회는 대폭적인 회장단의 교체를 통한 재계의 세대교체와 함께 이를 토대로 최근의 어려운 경제난 타개를 위한 재계의 각오를 밝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최종현 회장은 총회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2년간의 임기중 역점추진 사업으로 『올해는 우선 국제수지개선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자본재국산화와 임금 및 고용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함께 정부에 대해서는 노동법과 한보사태로 인한 국민의 경제불안심리를 불식하고 기업이 경제회생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줄 것을 촉구했다.
최회장은 특히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복수노조 문제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경제5단체장회의의 발표가 결코 복수노조를 재계가 수용키로 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존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이번 총회는 전경련 회장단의 세대교체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전경련은 이번 총회를 통해 창업세대 회장들을 회장단에서 제외한 대신 새로 회장이된 정몽구 현대, 박용오 두산, 박정구 금호그룹회장과 40대의 현재현 동양그룹회장 등 4명을 새로 부회장에 선임했다.
이로써 전경련은 20명의 회장단중 4분의 1인 5명을 교체한 셈. 이에앞서 지난해에도 김석준 쌍룡그룹회장과 조량호 한진그룹부회장 등이 회장단에 합류해 이번 새회장단은 1.5세대인 최회장과 김우중 대우, 장치혁 고합, 강신호 동아제약회장을 제외한 전원이 창업 2∼3세로 교체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또 지난 4년간 최회장과 호흡을 맞추었던 황정현 상근부회장이 고문으로 추대되고 손병두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이 선임됐다. 황고문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총회직전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써 전경련은 사실상의 세대교체를 마침으로써 추진력있는 신세대회장단을 중심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이며 재계가 추진하는 경제난국 타개 등에도 무게를 더욱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민병호>
◎최종현 회장 일문일답/“임금동결엔 노조협조가 필수적”
경제가 어려운데 재계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목소리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1세기의 비전과 정책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준비중이다. 6월말께 1차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재계가 복수노조 허용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는데 노동법 재개정에 대한 재계의 입장은
▲재계의 입장은 불변이다. 17일 경제5단체장 회의에서 「복수노조허용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한 부분을 언론이 「신축적인 입장」으로 해석한 것 뿐이다. 이문제는 그동안 논의가 많았으나 노사분쟁 등을 생각할 때 이의 도입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은 후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5년간 임금동결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적이 있는데
▲계속 노력해야할 문제다. 대통령에게 건의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임금동결은 어느 일방이 주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조도 협조해야 한다. 동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매년 임금인상률을 3∼4%로 억제한다고 하지만 10%를 훨씬 넘지 않는가.
한보부도에 대해
▲수습단계에 있는 만큼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손병두 부회장은 누구/이론·실무경험 겸비 재계 마당발
이번 총회에서 재계의 심부름꾼으로 새로 등장한 손병두 전경련부회장(56)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재계의 마당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 진양출신으로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66년 전경련 조사역을 시작으로 전경련과 인연을 맺었으나 70년 삼성그룹과 한국생산성본부, 동서경제연구소 등을 오가며 외도를 하다 지난 95년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부원장으로 취임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발탁된 것도 그동안 (전경련)밖을 떠돌며 쌓아 놓은 실무경험과 이론이 큰 힘이 됐다.
손부회장은 삼성그룹에서는 회장 비서실과장, 부장, 경영관리담당 이사를 거쳤으며 제일제당의 기획, 홍보 등의 업무를 맡아 기업의 실상과 내부사정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 조지타운대, 조지워싱턴대, 메릴랜드대학에서 수학하고 동서경제연구소 소장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경제이론에서도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때문에 그의 이번 부회장 선임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찾아간 것으로 평가할 정도로 주변의 기대가 크다. 그동안 전경련의 대외활동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맡아왔으나 이제는 직접 나섬으로써 그만큼 추진력과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직원들은 그의 경영스타일을 여직원들에게도 먼저 인사할 만큼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로 각계에 친교가 두터운 원만형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일처리는 치밀하며 한번 들은 것은 잊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는 평가다.
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를 좋아해 직원들과 토론이 시작되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몰입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사교성이 있는 외향적인 성격과 달리 미술감상이 취미이며 골프는 핸디 25정도. 부인 박경자씨(54)와 2남2녀를 두고 있다.<민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