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 이후 자율화를 명분으로 폐지된 이자제한법이 10여년 만에 부활한다. 정부는 오는 6월30일부터 서민금융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간의 돈거래, 이른바 사채 이자를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이자제한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서민의 돈줄을 죄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물론 연 200%를 웃도는 터무니없는 금리를 바로잡겠다는 대의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불법이든 합법이든 미등록 대부업자를 포함한 사채시장은 10조원 규모로 제도권 금융에서 외면당한 서민들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사채 이용자는 1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활동인구(3,200만명)의 5.6%에 달하는 셈이다. 상품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돈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되고 그게 바로 금리다. 사채 이용자는 은행권과 제도권 대부업체를 활용할 수 없어 엄청난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사채 수요는 여전한데 금리를 인위적으로 제한한다면 돈이 절박하더라도 돈을 쓰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결국 사채시장은 정부 당국의 규제를 피해 더욱 음성화할 수밖에 없다. 사채 규제는 성매매 규제와 흡사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허울 좋은 이자 규제에 앞서 사회 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서민들이 사채시장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ㆍ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대다수 서민은 도박빚이 아니라 생계, 또는 불의의 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이용한다. 사채뿐 아니라 등록 대부업자도 대부업법 개정에 따라 조만간 이자율 상한선이 66%에서 50%대로 10%포인트 낮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업 이용자 148만명 중 30%(44만명)가 신용등급 미달로 돈을 빌리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민을 울리는 고리대금업자는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은 해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