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갈등의 골 깊어 같이 못간다" 판단


유진기업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하이마트 지분을 전량 공동 매각한다. 지난 30일 각자대표체제에 합의하며 경영권 분쟁을 봉합한 듯 보였던 유진과 선 회장이 하루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2대 주주 선 회장, 에이치아이 컨소시엄과 함께 하이마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1일 밝혔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많은 염려와 상처를 줬다”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지분은 유진기업이 31.34%, 선 회장이 17.37%, 에이치아이 컨소시엄이 8.8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분매각은 이른 시일 안에 공개매각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공개매각 일정과 방법, 금액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분 매각 배경은=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진과 선 회장이 실리를 챙기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2대 주주이면서도 단독대표가 되고자 했던 선 회장이 이에 실패하면서 지분을 팔아 매각대금을 챙기려고 한 것이 이번 결정의 한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 회장이 장기적으로 대표 자리를 뺏길 여지가 큰 마당에 돈이라도 챙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왕 매각을 할거면 최대주주와 함께 팔아야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진의 입장에선 선 회장의 반발, 하이마트 직원들의 집단 행동 등으로 하이마트를 장악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재정 압박의 해결 수단으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은 지난 2008년 하이마트를 차입 매수하면서 연간 금융비용만 600억원 이상이 발생했다. 유진은 금융위기 등으로 악화일로인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로젠택배(588억원)와 하이마트 지분(500억원) 등을 매각해 왔지만 재무구조는 나아지지 않았다. 유진은 이날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했다. 장기적인 경영권 분쟁이 회사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은 양측의 공통 분모로 보인다. ◇하이마트 단기적으론 악재, 장기적으론 호재= 하이마트는 우선 창업멤버인 선 회장이 떠나게 돼 내부 조직이 다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에 집착 하던 창업주(선 회장)가 결국 회사를 포기하면서 임직원들의 동요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분위기가 어수선해 (상당기간)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대주주의 지분매각이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하이마트 선 회장이 화해를 했다고 해도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주주들의 지분매각이 경영권 리스크 해소로 연결 돼 앞으로 도약에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리스크가 회사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었다”면서 “새주인을 만나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내부 기강을 다잡고 영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후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경영권 분쟁으로 빚어진 이미지 추락을 회복하기 위해 향후 전체 사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