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이뤄질 경우 국내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통상임금·정년연장 등으로 인건비 폭증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일정한 유예기간을 확보해 직무·성과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판결시 일시금 7조원…중소기업 줄폐업 우려=산업계는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중복할증해야 할 경우 3년치 소급분과 당해연도 임금을 포함하는 기업 추가 부담금이 7조5,90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동성 확보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의 부담 금액은 66.3%인 5조39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연장근로는 기업들이 경기 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연착륙 방안 없이 일방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대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통해 물량을 조달하면서 협력업체의 연쇄 폐업 현상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줄폐업을 막기 위한 완충이 필요했고 이번 탄원도 사법부의 판결 전에 일단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자는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총 6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하급심의 취지를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현장에서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곧바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에 앞서 휴일근로·정년연장·통상임금 문제를 아우르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기준을 근거로 '새로운 임금단체협상의 노사합의 이전까지는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지침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시기'를 놓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일종의 유예기간을 마련해준 셈이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로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2017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실시될 정년연장 역시 제도 안착을 위한 3~4년의 유예기간이 확보된 상황이다.
반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에 따른 수당 중복할증은 다르다. 국회에 계류된 당정협의안은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노사합의에 따라 6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당정협의안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일시에 각 사업장 노조가 수당 중복할증을 요구하면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과근로 할증률 선진국 2배=재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초과근로 할증률의 조정 없이 중복할증만을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명시하고 있는 50%의 초과근로 할증률은 주요 선진국의 2배에 가까운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의 할증률은 각각 25%, 35%에 불과하다. 프랑스도 8시간 이내의 범위 안에서는 할증률을 25%로 못 박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할증률 권고 기준으로 25%를 제시하고 있다.
상당한 수준의 초과근로 할증률이 이미 근로자들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 가운데 할증률 조정 없는 중복할증 인정은 과도한 이중보호라는 것이 산업계의 지적이다.
반면 높은 초과근로 할증률과 달리 노동생산성은 현격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1.9%에 불과하며 미국과 비교해도 절반이 채 안 된다.
이 본부장은 "낮은 노동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기업 경쟁력 확보와 연장근로 관행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