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과 팍스 아메리카나/곽치영 데이콤 사장(특별기고)

지금 세계는 인터넷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인터넷은 과연 우리에게 천사인가, 아니면 잉카인 앞에 나타난 스페인 함대인가. 이 문제를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69년 미국방성이 유사시에 중요 국가정보를 전달하려고 구축한 알파넷이 모체가 된 인터넷은 86년에 미국과학재단(NSF)이 5개의 슈퍼컴퓨터에 수록된 엄청난 정보를 접속시킴으로써 획기적인 전환을 맞은 이후, 93년에 음성·문자·화상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대중적인 정보통신매체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93년 이후의 성장세를 보면 인터넷에 접속된 호스트 수는 93년 초에 1백30만대이던 것이 3년 반만인 96년 7월에 10배인 1천3백만대로 증가하였고 인터넷 도매인과 이용자 수도 93년 초에 가각 2만명, 1천3백만에서 96년 7월에 49만명, 1억2천9백만명으로 증가하여 각각 25배와 10배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인터넷 급증세는 지금도 계속되어 97년 하반기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2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개인이나 국가는 좋든 싫든 인터넷을 떠나서는 정보사회의 조류에 속할 수가 없게 되었으며 정부와 언론, 민간기업이 함께 인터넷 보급에 앞장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다만 우리는 16세기 잉카제국 사람들이 스페인 함대를 보고 신이 온 것이라고 착각한 것처럼 인터넷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는 인터넷이 군사력 대신 정보통신을 앞세운 팍스 아메리카나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에 접속된 호스트 중 미국이 1천11만대로서 2위인 일본의 73만대보다 무려 14배나 많이 차지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내용은 미국이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다른 나라의 인터넷 호스트를 연결하는 경우 양측이 국제회선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관이 일방적으로 모든 회선료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미국은 자국이 지니고 있는 광대한 정보를 무기로 삼아 자국 중심의 인터넷을 전세계로 확산시킴으로써 세계 정보통신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시장의 제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역시장과 문화까지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지난 1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전자상거래에는 일체의 관세나 판매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제안을 한 바 있고 이 내용을 담은 전세계적인 협정을 앞으로 12개월 내에 체결할 계획이다. 인터넷상의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품, 정보 및 서비스의 총거래량은 2000년에 6천3백억달러, 2002년에는 1조5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매거지너 미국 대통령 보좌관의 예측처럼 앞으로 10년 이내에 최대의 무역부문이 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다. 미국은 이 시장을 자유무역지대로 설정함으로써 자국 중심의 인터넷 교역을 통해 세계무역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이란 매체가 미국의 의도적인 패권주의적 세계전략 수단은 아닐지라도 이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경제·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부지불식간에 상실하게 될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심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당연히 국내에 많은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를 많이 보유해야만 우리가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적극적인 공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우리 주위의 국가들과 역내 제휴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동북·동남아시아를 권역으로 하는 지역협력체제를 형성하여 역내 통신량을 임계치(Critical Mass) 이상으로 끌어 올림으로써 세계의 네트워크 구조를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아닌 다극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전자상거래에 수반되는 대금결제, 사용자 인증 등에 있어서 금융기관과 정부의 각종 제도, 관행을 하루 빨리 개선함으로써 전자상거래가 조기에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인터넷을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이를 천사로 생각해서는 더욱 안된다. 마치 19세기 후반에 대동강에 나타난 미국 상선 셔먼호를 보고 놀라서 대포를 쏘고 성문을 꽁꽁 닫는 우를 범하는 대신 새로운 과학문명을 속히 받아들이면서도 열강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꿰뚫어 보고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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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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