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처간 공조체제로 물류정책 강화를/정종석(기고)

지난달 미국이 일본상선의 입출항을 금지하는 강경대응책으로 무역전쟁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던 미일간 해운분쟁은 일본정부가 즉각 미국의 요구대로 항만운영체계를 개선하기로 약속함으로써 극적인 타결을 본 바 있다. 사실 일본의 무역항은 오래전부터 행정규제와 비합리적인 하역로무 관행으로 인한 고물류비때문에 일본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로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차에 결국 외세(항만서비스의 수요자인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항만개혁 작업에 착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그렇다면 미일간 항만분쟁의 도화선이 된 항만하역의 사전협의제 및 각종 규제가 과연 일본 항만에만 국한된 것이고 우리나라 항만에는 그러한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일본의 경우보다 한층 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항만을 이용하고 있는 수출입기업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항만뿐만 아니라 항만 밖의 육상운송, 철송, 하역, 보관창고 등의 물류부문에서도 예외없이 각종 행정규제와 경쟁제한요소로 인한 고물류비 구조가 심각한 상태다. 그리고 도로·철도·항만 등 SOC시설의 부족, 물류산업의 낙후와 비효율, 기업의 물류에 대한 이해부족과 낙후된 물류관리체계 등도 고물류비구조의 주요 원인이다. 물류혁신을 통한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는 규제개혁, SOC시설투자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진된 규제개혁 실적은 주로 「민원 고충성」 과제인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물류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한 「구조개혁성」 과제인 경우에도 피상적인 제도개선에 머문 경우가 대다수다. SOC시설의 확충도 고물류비 구조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물류기반시설 등의 하드웨어는 일류, 소프트웨어는 삼류라 하여 자국의 물류체제를 평가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경쟁촉진을 위한 규제개혁과 경쟁제한요소의 개선을 통한 물류시장 메커니즘의 정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행정규제를 통해 물류부문의 구조개선에 적극 개입하려는 정부역할은 물류시장의 대외개방,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규제완화 흐름과 상치되는 것으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이 자유방임적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민간부문의 창의와 자율에 의한 고물류비 구조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다. 이러한 정부의 역할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첫째, 물류관련부처간 공조체제구축으로 물류정책의 추진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물류개선을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각 부처가 물류현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함에 따라 일부 현안에 있어서는 정부부처간 갈등과 반목에 의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물류정책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물류서비스 공급자의 시각에서 물류 현안과제를 처리하고 통상산업부는 물류서비스 수요자의 입장에서 접근함으로써 부처간 불협화음이 적지 않으며 또 「부처이기주의」가 강하여 범부처적 물류정책의 수립·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부처별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물류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할 수 있도록 범부처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물류혁신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일선부서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연계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최근 컨테이너 수출입화물에 부과되는 「컨테이너세」를 놓고 관련업계와 부산시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고, 또 인천시마저 내년부터 컨테이너세를 부과하려는 것과 관련하여 중앙정부에서는 가뜩이나 힘든 경제상황에서 컨테이너세 부과는 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가중시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이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물류효율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서로 협조할 수 있는 연계체제를 마련함으로써 컨테이너세 부과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약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경영대학원(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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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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