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산품 美보다 3년 빠른 7년걸쳐 개방

■ 한·미 FTA와 차이점은<br>한·EU FTA 타결 공식선언<br>법률 등 일부 서비스시장도 추가 허용<br>


유럽연합(EU)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가장 의식했던 것은 바로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07년 4월에 체결한 한미 FTA였다. 한ㆍEU FTA가 한미 FTA수준은 돼야 한다는 의미의 ‘코러스 패러티(KORUS Parityㆍ한미 FTA와의 균형)’를 수시로 강조하면서 협상 내내 우리 측을 압박했다. 자동차 등 공산품은 물론 법률 등 서비스시장 개방이 최소한 미국 수준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의 표준문제를 놓고서는 “양보할 수 없다”면서 버티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미 FTA와 한ㆍEU FTA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상품협정은 한ㆍEU FTA가 개방의 수준이 높다. 공산품의 개방일정이 한미 FTA는 10년에 걸쳐 개방되지만 한ㆍEU FTA는 7년에 걸쳐 모두 개방된다. 공산품의 관세폐지가 더 넓고 빠르게 개방되는 셈이다. 품목 수를 기준으로 할 때 3년 이내 관세의 조기철폐 비중은 EU는 99%에 달해 미국의 91.4%보다 높다. 다만 수입액을 기준으로 할 때 EU와 미국은 각각 93%, 92.4%로 비슷하다. 반면 한국의 관세폐지는 품목 수로 할 때 한ㆍEU FTA나 한미FTA는 96%, 96.2%로 큰 차이가 없다. 공산품 중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자동차의 양허는 한미 FTA의 경우 즉시철폐가 있었지만 한ㆍEU FTA는 양측 모두 즉시철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양측은 중대형 자동차는 3년 내, 소형 자동차는 5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EU 측이 공산품 개방 못지않게 큰 관심을 보였던 서비스시장의 경우 한미 FTA 수준을 유지했지만 일부는 EU 측의 요구대로 추가로 더 개방했다. 무엇보다도 서비스협정에서 가장 큰 차이는 개방의 방식이다. 한미 FTA는 네거티브 방식, 즉 ‘제한의 규정이 없는 한 개방을 한다’는 원칙에 합의해 협상을 끝낸 반면 한ㆍEU FTA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했다. 즉 개방항목이 명기된 것만 개방하면 되는 식이다. EU는 금융ㆍ법률ㆍ유통ㆍ운송ㆍ통신 등의 시장에 주로 관심을 보였는데 법률시장의 경우 외국법자문사의 자국명칭(Home Title)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한미 FTA와 다르다. 법률시장의 개방 수준이 더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시장 개방은 한미 FTA가 5년에 3단계로 나눠 개방하기로 했는데 한ㆍEU FTA 역시 같은 일정을 준용하기로 했다. 금융서비스의 경우 한미 FTA 수준인데 다만 퇴직연금과 화재보험시장 부문은 EU가 끈질기게 개방의 수준을 높여줄 것을 요구했던 부문이다. 이와 함께 통신서비스에서는 방송용 국제위성전용회선서비스 시장과 환경서비스에서는 생활하수처리서비스 시장 등이 한미 FTA보다는 개방폭을 더 넓혔다. 한미 FTA 때 쌀이 핵심쟁점이 됐던 반면 한ㆍEU FTA는 쌀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예외적으로 취급하도록 하면서 큰 마찰은 없었다. 다만 돼지고기의 경우 EU에서 수입한 냉동 삼겹살 규모가 2008년에만 2억8,000만달러에 달했던 만큼 관세철폐 시기는 주요 사안이었다. 협상 끝에 돼지고기는 한미 FTA의 타결안인 2014년 관세철폐보다 장기인 발효 후 10년 철폐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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