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책금융기관, 기업 구조조정 충돌

수은-무보, 성동조선 지원 이견

채권단 줄이탈 가능성… 투입된 4조 휴지조각 될 판

성동조선, 제2 쌍용건설 우려

새해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국책금융기관이 충돌하고 있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마련한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대해 2대 채권자인 무역보험공사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놓고 국책기관이 싸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두 기관의 뒤에 상급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함이 더하다.

두 기관 간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성동조선에 투입된 4조원 넘는 돈은 휴지조각이 돼 '제2의 쌍용건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수은과 무보는 성동조선 출자전환의 근거가 되는 실사 보고서를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무보는 수출입은행 용역 아래 진행한 회계법인의 실사 내용이 성동조선의 기업가치를 과다 산정, 왜곡된 결론을 도출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업전망의 중요 변수인 △선가 △선수금 조건 △추정기간 등을 다른 조선사의 실사 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무보 관계자는 “선수금 조건 1개 가정만으로도 기업가치가 4,128억원이 과다 산정됐다”면서 “이런 실사 결과를 믿고 출자전환에 나서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대규모 출자전환 이후에도 익스포져가 늘고 적자도 지속되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이뤄진 이후 성동조선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4년 -2,459억원, 2015년 2,196억원, 2016년 -1,218억원, 2017년 -395억원으로 추산됐다. 전체 익스포저 규모도 2013년 1조8,748억원에서 2020년엔 7조4,374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무보는 지난 3일 수은 측에 출자전환 중단과 제3회계 법인의 재실사 요구 등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채권단에서 빠지겠다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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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의 2대 채권자(22%)인 무보가 빠지면 농협과 우리은행 등 이미 출자 전환에 동의한 은행도 채권단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무보가 포기한 채권비율만큼 나머지 채권단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출 2조원, 선수금환급보증(RG) 2조2,000억원 등 4조원 넘는 돈을 투입한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은은 무보가 출자전환에 나선 이후에도 실사 결과 검증과 경영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데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이미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한 상태”라면서 “회계법인 실사 역시 보수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제3의 회계법인에 맡겨 객관성 여부를 검토하면 될 일인데 무보 측이 무리하게 재실사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은은 실사보고서에 대한 객관성 검토 결과 청산가치가 높게 나오면 그때 가서 정상화 방안을 다시 수립하자고 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무보가 채권단에서 빠져나가면 출자전환이 힘들어지고 성동조선의 RG발급이 어려워져 신규수주는 물론 이미 체결한 선박건조계약도 취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기관이 겉으로는 실사보고서 내용을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 정책금융개편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무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각각 상급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정책금융 개편 과정에서도 업무 영역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 바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외정책금융 개편 과정에서 수은이 무보의 업무를 상당 부분 가져가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두 기관이 견원지간이 됐다”면서 “양 기관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국책 금융기관으로서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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