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장고 30분의 결단

제5보(70∼87)



백70으로 두텁게 정비한 것은 역습을 위해 힘을 비축한 수순이다. 상변에서 중원으로 흘러나온 흑대마는 그 연결장치에 결함이 있다. 흑71은 그 약점을 간접적으로 보강한 수. 혹시 끊기더라도 따로따로 살 작정이다. 백72는 공격의 급소. 윤준상은 여기서 5분을 숙고하고 흑73으로 뛰어나왔다. "백이 들여다보면 끊기는데 무슨 배짱이지?"(서봉수) "그렇다고 다른 식으로 행마할 수도 없는 자리예요."(김승준) 이세돌은 지체 없이 74로 들여다보았다. 흑75는 절대. 백76은 안형의 급소이므로 지금 선점하는 것이 타이밍이다. 흑은 흑대로 77을 놓치지 않고 물어본다. 이 수 또한 지금이 타이밍이다. 이세돌이 80으로 찌르자 윤준상은 다시 5분을 숙고했다. "뭘 생각하노. 무조건 맞받아쳐야지."(서봉수) 백86이 놓였을 때 검토실에 양재호9단이 양상국9단, 양건8단과 함께 들어왔다. "양씨 종친회가 있었나? 양씨 3인방이 모두 출동했네."(서봉수) "아, 서명인님. 여기 계셨군요. 한 라운드 하자고 서명인을 찾던데."(양재호) 양재호와 서봉수는 골프애호가이다. 서봉수는 골프장에 가기 위해 최근에 운전면허를 새로 땄다. 20대에 따두었던 면허는 자동으로 말소되었기 때문이다. 윤준상은 20분 이상 장고에 빠져 있었다. 그 사이에 검토실에서는 골프얘기, 과메기 얘기, 다면기 얘기가 줄줄이 나왔다. 공개해설장 입구에 과메기 선전포스터가 큼직하게 붙어있었다. 흑87은 장고 30분 끝의 결단. 참고도1의 흑1이면 안전하지만 백2면 흑이 불안하다. 김승준은 참고도2의 백2 이하 흑11을 이미 생중계 사이트에 올려놓고 있었다. 백이 좋다는 설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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