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쉴틈없었지만 보람컸죠"

판사·공무원·세일즈맨 3人이 되돌아 본 한해

차한성 수석부장판사

황보연 교통기획팀장

2004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부문에서 ‘사상 초유’의 사건 사고가 많았다. 그만큼 국민들로서는 고달프고 바쁜 한해였다. 특히 외환위기(IMF) 때보다 경제가 더 어려웠다는 올해는 어떤 분야에서 일했건 힘겨운 나날이었다. 불황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판사, 좀더 나은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운 공무원, 그리고 포탄이 날아다니는 먼 이국땅에서 우리 제품 세일즈에 여념이 없던 무역 일꾼. 그들에게 올 한해는 더욱 남다르다. ◇차한성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 차한성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에게 갑신년은 25년여 법관 생활 중 가장 바빴던 한해로 기억된다. 지난 9월23일 시행된 개인회생제의 실무 사령탑을 맡은 차 부장판사는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았던 만큼 부담감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인데다 준비기간도 짧아 파산부 관계자 모두가 연일 밤을 새웠다”며 힘들었던 한해를 되돌아봤다. 고진감래랄까. 개인회생제는 접수 2개월 만인 17일 법원으로부터 첫 인가 결정을 받는 채무자들이 나오는 등 채무자 구제를 위한 실질적 제도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파산부에 내년은 올해보다 더 숨 돌릴 틈 없는 ‘고생길’ 그 자체다. ‘법대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법원이 각 신청 건마다 채무자 상황이 제각각인 수천건의 사건들을 조율, 처리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 더구나 신청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다. 그러나 차 부장판사는 “파탄에 빠진 채무자가 남은 평생을 그 채무에 짓눌려 절망 속에 살아간다면 그 사회는 건전하게 유지될 수 없다”며 “채무자들이 인생의 희망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내년에도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황보연 서울시 교통기획팀장 2004년을 되돌아보는 황보연 서울시 교통국 교통기획팀장의 심정은 허탈과 만족감이 교차한다. 지난 1년 동안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황 팀장은 “교통국 모든 동료들에게 2004년은 ‘일요일이 없었던 해’로 기억남을 것 같다”며 “계속되는 휴일 근무와 야근에 힘들기도 했지만 바뀐 교통체계에 대해 시민들이 이제 좋게 평가해주고 있어 ‘보람’이라는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서울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교통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사업이었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됐고 요금체계는 물론이고 버스 노선 번호가 완전히 바뀌었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만큼이나 초기 혼란 또한 컸다. 새 교통체계가 첫선을 보이던 날, 서울 주요 도로 위는 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제 교통체계가 개편된 지 6개월째. 교통흐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안정화됐고 시민들의 만족도 역시 많이 높아졌다. 황 팀장은 “교통체계 개편은 완료된 게 아니라 아직 진행형”이라며 “내년에도 수도권과의 연계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의 믿음이야 말로 나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식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 김규식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하루를 일년처럼’ ‘일년을 하루처럼’ 갑신년 한해를 보냈다. 행사 준비를 도우려 바그다드까지 날아왔던 아내와 아이를 갑자기 치안이 불안해진 공항까지 돌려보낸 날은 한시간이 일년보다 길었다고 한다. 김 관장은 “동행하면 인원이 많아져 더 위험할 것 같아 가족만 보냈는데 도착 전화가 올 때까지 ‘왜 같이 안 갔을까’ 수백번도 더 자신을 나무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 김선일씨가 납치돼 참수되기 전까지 무사귀환만을 기다리던 시간도 일각이 여삼추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후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한 이라크에서 김 관장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랐다. 석유난로에서 중고차까지 한국 제품 수입에 관심이 많은 이라크 바이어들에게 김 관장은 거의 유일하게 한국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바이어들을 이끌고 바그다드에서 요르단 암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서울까지의 대장정을 올해만 두 차례를 치렀다. 지난 6월에는 이라크 바이어 수십명과 암만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위험과 격무 속에서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면서 김 관장이 이라크를 지키는 이유는 “じ뗌?떠나면 이라크인이 한국을 몹시 섭섭해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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