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명공학자들 "황교수 '바꿔치기 주장' 논문조작 자인한 셈"

'PD수첩'에 건넨 줄기세포는 미즈메디 세포와 무관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는 황우석 교수의 주장을 둘러싸고도 생명공학자들 사이에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 스스로 논문 조작 사실을 시인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이라는게 주류다. 황 교수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대부분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됐다며 단호한 어조로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황 교수는 "바꿔치기는 서울대 수의대 연구소와 미즈메디병원 실험실에 접근이허용된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실상 미즈메디병원 출신의 김선종 연구원과 윤현수 한양대 교수를 지목하는 듯한 말을 덧붙였다. ◇ PD수첩 DNA검사서는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가 아닌 것으로 나왔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의문이다. 황 교수 주장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이미 수립한 줄기세포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라는 점을 완벽하게 자신해 5개의 줄기세포(2,3,4,10,11번)와 환자의 모근 및체세포를 11월12일 DNA검사를 요구하는 PD수첩에 넘겼다. PD수첩측의 검사결과는 11월17일 나왔다. 2번은 논문의 환자 체세포 DNA지문과완전 불일치, 4번은 일부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2번 줄기세포는 맞춤형체세포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황 교수는 "PD수첩의 불충분한 측정과 실험오류를 우려해 자체적으로 검증에 들어가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 DNA지문과 차이가 나는 것을 11월18일 발견하고, 재차 검증을 거듭해 황 교수팀의 체세포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황교수는 또 이런 사실은 미즈메디병원 출신 윤현수 한양대 교수를 통해서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문제는 PD수첩이 황 교수팀으로부터 건네받아 검증한 5개의 줄기세포,특히 2번 줄기세포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PD수첩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검증을 실시한 5개 줄기세포 가운데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는 없었다"고 확인한 바 있다. PD수첩에 따르면 황 교수로부터 받은 줄기세포(2,3,4,10,11번)의 DNA지문을 미즈메디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1번에서 15번 까지의 15개 수정란 줄기세포의 DNA지문과 일일이 대조, 비교해 본 결과, 서로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PD수첩 관계자는 "황 교수팀이 강성근 교수와 권대기 줄기세포팀장의 손을 거쳐직접 PD수첩에 건네준 줄기세포가 DNA검사에서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황 교수가 자신들의 체세포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꿔치기 주장이 성립하려면 PD수첩에 건네준 줄기세포 역시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인 것으로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황 교수의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몇개의 어떤 줄기세포들이 바꿔치기됐나 황 교수는 몇 개의, 몇 번 줄기세포가 바뀌었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 자체적으로 일부 검증해본 결과, '이들 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만 했을 뿐이다. '이들 세포'가지칭하는 세포가 몇 개인지, 몇 번인지 뚜렷하지 않다. 다만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에 따르면 황 교수는 노 이사장에게 애초 수립한 2, 3번 줄기세포 이외에 추가로 확립한 6개의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줄기세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만약 바뀐 게 사실이라면 황 교수와 노이사장의 말대로 추가로 확립된 6개의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말이 된다. 황 교수가 초기 단계에 동결 보존한 5개의 줄기세포는 재검증을 위해 해동 과정에 있으며, 향후 10여일 이내에 지문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의문을 자아낸다. 대체 어떤 줄기세포를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만든 2, 3번을 포함해 논문 제출 뒤에 또 추가로 수립했다고 주장하는 3개의 줄기세포를 합쳐5개 줄기세포라고 하는 것인지 불투명하다. 또 이것이 진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인지 아니면 체세포의 핵을 핵을 제거한난자에 집어넣고 5-6일 배양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과 똑같은 상태의 배반포 단계로 발육시킨 '복제배아'인지도 황 교수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어 궁금증만낳고 있다. 해명하려다 오히려 의문만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생명과학자들은 어떤 줄기세포가 바뀌었고, 얼마나 바뀌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줄기세포 수립 첫 단계인 제1계대에서 뒤바뀜이 가능한가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 단계 제1계대에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뒤바뀐게 아닐까 하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명과학자들도 바꿔치기를 하려면 초기배아줄기세포 단계에서 해야가능하다며 이 점에서는 황 교수의 손을 들어준다. 왜냐하면 계대배양(세포의 일부를 떼어내 새로운 배양접시에 옮겨 대(代)를 이어 자라도록 하는 세포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을 하면서 3∼4주가 넘어가면 세포가많이 불어나 바꿔치기 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배양 첫 단계인 제1계대에서는 완전한 줄기세포라고 부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 단계는 줄기세포로 자랄지 아니면 중간에 죽을 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기이다. 적어도 6주(6계대)에서 8주(8계대) 정도 계속 살아 남아야 진짜 줄기세포라고 일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적어도 3개월 정도 지나야 알 수있다는 게 생명과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생명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줄기세포가6계대에서 8계대 정도까지 되었을 때 줄기세포인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DNA지문검사를 실시한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는 "황 교수의 기자회견에는 모순된 내용이많다"며 "논문 대로라면 당연히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DNA지문이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을 테고 그래서 논문에 실었을 텐데, 황 교수의 주장은 결국 줄기세포를 만들지않은 상태에서 사진과 DNA지문을 조작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설혹 1계대에서 바꿔치기 되었고, 그래서 그 이후 뒤바뀐 미즈메디병원 수정란줄기세포를 가지고 실험을 계속했다고 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러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DNA검사단계에서 당연히 체세포 DNA와 불일치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황 교수는 그런 불일치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생명과학자는 "만약 그렇다면 황 교수가 알고도 고의로 논문을 조작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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