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최장집 위원장이 사표를 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청와대측은 2일 崔위원장의 교체 배경에 대해 위원회의 성격이 바뀐 때문이며 崔위원장이 이를 감지하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崔위원장이 이미 지난달초 사의를 표명했으며, 김한길 정책기획수석이 1일 崔 전 위원장으로부터 사표를 받아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崔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그쪽(청와대)에서 그런(사표제출) 의사를 전해와 1일 오후 김수석을 만나 제출했다』며 『사표제출을 요구한 이유는 金수석의 설명이 불분명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사표제출에 대해 「사실상 해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측은 『사표제출은 본인의 뜻』이라고 거듭 밝힌뒤 『청와대비서실 개편과 주무 수석비서관의 교체에 따라 정책기획위의 역할을 바꾸는 논의를 하고 있으며 崔위원장이 이같은 기류를 알고 미리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崔위원장의 경질은 金대통령이 정책기획수석실의 기능과 사람을 바꾸려는 마음을 가겼을 때 이미 결정됐던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이 金 정책기획수석을 임명하면서 곧바로 『정책기획위원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책기획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논의, 새천년사업은 새로 생기는 새천년위원회로 이관하고 경제중심의 위원회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후임 위원장에 김태동 전정책기획수석과 이선 산업연구원장,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현재 정치·사회전문가 중심으로 된 위원회의 구성도 경제전문가 중심으로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崔위원장의 사퇴와 관련, 지난해 6.25전쟁관을 둘러싸고 보수층과 벌인 이념논쟁이 퇴임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논쟁은 일단락된 상태이지만, 崔위원장의 존재가 여전히 보수층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념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나 崔위원장 본인은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崔위원장이 그동안 내놓고 내각제개헌 반대입장을 밝혀와 김종필 총리와 자민련의 반발을 샀다는 점도 교체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준수 기자 J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