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자동차의 디자인을 모방해 크기만 축소한 장난감 자동차를 제조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될까. 자동차회사들이 서로 디자인을 모방했다면 법적 다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자동차를 모방, 장난감을 만든 것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가 장난감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달 25일 미국 미시간 주의 제6항소법원은 GM사(General Motors Corp.)사 자사의 인기 짚차인 '험머(Hummer)'의 차체 디자인, 그리고 앞부분의 그릴 디자인을 각 본뜬 장난감 자동차 '머드슬링거(Mudslinger)'를 만들어 판매한 레너드 토이사(Lanard Toys Inc.)를 상대로 2001년에 제기한 제조 및 판매금지 청구소송에서 GM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소송에서 GM사는 “험머 디자인은 심미적인 측면이 강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반면 레너드 토이사는 “험머 디자인은 단지 기능적 측면이 강한 디자인에 불과하여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위 판결로 인해 레너드 토이사는 더 이상 머드슬링거를 제조 판매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간 머드슬링거를 판매하여 얻은 수익의 8%를 GM사에 배상해야 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을 표현하고자 사용된 종합적인 이미지를 말하는데,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상 보호되고 있는 개념이다. 즉, 상품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문자나 기호 등을 일컫는 ‘상표’와 달리, 상품 자체가 가지는 전체적인 이미지와 외관을 트레이드 드레스라 하여 별도로 보호받을 수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다른 상품의 이미지와 구별되는 식별력이 있을 것, 사용된 이미지가 상품의 기능적 측면이 아닌 심미적 측면을 위한 것일 것,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출처에 대해 혼동을 야기할 수 있을 것 3가지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자동차의 모양뿐만 아니라 책이나 잡지의 표지, 운동화의 전체적인 외관, 비디오 게임기의 모양, 체중계의 외관, 레스토랑의 장식디자인과 메뉴, 술병의 모양, 치어리더의 유니폼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미국에 비해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범위가 넓지 않지만,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의 용기, 포장 기타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라 개념 짓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11월 서울지방법원은 세계적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Valentine)17’을 생산하는 영국 얼라이드 도멕(Allied Domecq)의 한국법인 진로발렌타인스가 "본사 제품과 유사한 도안과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며 위스키 "스카치블루(Scotch blue)"의 생산업체인 (주)롯데칠성음료를 상대로 낸 제품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중간 부분이 볼록한 스카치블루 병은 양주 용기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어서 식별력이 없으므로 얼라이드 도멕사가 독점.배타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보기 어렵고, 또한 소비자들이 17년산 발렌타인과 스카치블루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한편, 지난 2005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바나나 우유의 포장 디자인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빙그레(‘바나나맛우유’)와 해태유업(‘생생과즙 바나나우유’) 간의 소송에서 선두주자인 빙그레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빙그레는 1974년 항아리 모양의 우유 용기를 개발한 이래 30년간 독점적 배타적으로 이를 사용해 옴으로써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항아리 단지 모양의 우유 용기는 곧 빙그레의 상표임을 연상시키게 하는 충분한 표시가 됐고, 해태유업이 비슷한 모양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빙그레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했었다.